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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냄새·밥짓는 내음…베네치아비엔날레 한국관 테마는 '향'

흙냄새·밥짓는 내음…베네치아비엔날레 한국관 테마는 '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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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윤 기자기자 페이지

주제는 '오도라마 시티'…입양인·탈북민 등 사연 모아 17개 냄새 전시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전시 기자간담회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전시 기자간담회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아르코미술관에서 열린 베니스비엔날레 제60회 국제미술전 한국관 전시 기자간담회에 구정아 작가(오른쪽부터), 예술감독인 이설희, 야콥 파브리시우스가 참석하고 있다. 2024.2.21 scape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할머니 옷장에서 나던 나프탈렌 냄새, 북녘 과수원에서 물씬 풍기던 사과꽃 내음….

고향을 떠난 이들이 기억하는 한국의 향이 오는 4월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제60회 베네치아(베니스) 비엔날레 미술전' 한국관에서 구현된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21일 서울 대학로 아르코미술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구정아 작가의 '오도라마 시티'를 주제로 한 한국관 전시 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전시는 회화나 영상 등 시각적인 작품 대신 눈에 보이지 않는 냄새(향)를 중심으로 진행된다는 것이 특징이다.

'오도라마 시티'는 영어로 냄새를 뜻하는 '오도'(odor)와 '드라마'(drama)를 합쳐 만든 단어다.

한국에서의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향을 찾기 위해 구 작가와 전시팀은 지난해 6∼9월 한국 외교부와 재외 한국대사관, 한국계 입양인, 세계 각지 한인, 한인 학교, 한국계 미국인 협회, 탈북민, 서울 외신기자 클럽 등을 대상으로 한국 도시·고향에 얽힌 향 이야기 600여편을 수집했다.

이 가운데 25명의 기억을 선정한 뒤 향수업체 논픽션과의 협업을 통해 17개의 향을 개발했다.

한국관 전시장에서는 디퓨저를 내장한 브론즈 조각을 이용해 16개 향을 분사하고, 향수 1종을 내놓는다.

구 작가는 "절대적으로 향을 전시하기로 결정했다"며 "보이지 않는 물질도 물질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전시를 통해 말씀드리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대표작가 선정된 구정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대표작가 선정된 구정아

(서울=연합뉴스) 이재희 기자 =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아르코미술관에서 열린 베니스비엔날레 제60회 국제미술전 한국관 전시 기자간담회에서 구정아 대표작가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4.2.21 scape

야콥 파브리시우스 예술감독도 "향이란 강력한 표현"이라며 "눈으로 볼 수도 없고 귀로 들을 수 없지만, 피할 수도 없다. 우리 주위에 존재하면서 숨 쉴 때마다 들이키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한국과 얽힌 향 가운데 모두 좋은 냄새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여러 사람이 떠올리는 한국의 향을 조사한 결과 1960년대 이전의 기억에선 비에 젖은 흙냄새, 녹음과 같은 자연의 향을 주로 떠올렸다면, 1960∼1980년대에는 매연과 탄내, 오염된 공기 등 부정적인 냄새가 자주 언급됐다.

1990∼2000년대에는 공중목욕탕과 밥 짓는 냄새 등 유년의 따뜻한 기억이, 2010년대에는 비 온 뒤 아스팔트 냄새, 지하철의 차가운 금속 냄새 등을 언급했다.

이설희 한국관 공동 예술감독은 "(전시되는 향 가운데) 아름답지 않은 향도 있다"며 "향을 삶의 한 부분으로 접근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1895년 창설된 베네치아 비엔날레는 국제 미술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영향력 있는 미술전이다. 우리나라는 1995년 한국관을 세워 올해로 30주년을 맞았다.

올해 미술전은 4월 20일부터 11월 24일까지 진행되며, 한국관은 4월 17일 개막식을 연다.

hee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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