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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영의 Energy 지정학] 태양광·전기차·이차전지 1위… 中, 에너지 안보·신산업 육성 ‘두마리 토끼’

[최준영의 Energy 지정학] 태양광·전기차·이차전지 1위… 中, 에너지 안보·신산업 육성 ‘두마리 토끼’



일본의 진주만 기습으로 시작된 태평양 전쟁은 에너지로 시작되어 에너지로 막을 내렸다. 1941년 7월 일본에 대한 전면적 금수 조치로 석유 수출이 중단되자 전체 석유의 70%를 미국에 의존하던 일본은 전쟁을 결심했다. 4년 동안 진행된 전쟁은 핵분열로 막대한 에너지를 뿜어내는 핵폭탄에 의해 막을 내렸다. 일본의 지질학자 고토 분지로(小藤 文次郞)는 1900년 한반도와 만주에 석유가 매장되어 있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판단하였지만 중국의 지질학자 리쓰광(李四光)은 만주 지역에 대량의 석유가 매장되어 있을 것으로 예측하였다. 만약 일본이 지배하고 있던 만주에서 대량의 석유가 발견되었다면 태평양 전쟁은 일어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지금은 전 세계에서 대량의 에너지를 수입하는 중국이지만 한때는 자급자족을 넘어 원유를 수출하던 나라였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중국의 원유 생산은 1907년 산시성 옌창(延长)에서 시작되었지만 생산량은 매우 적어 산업적 의미는 없었다.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이후 본격적인 석유 탐사와 증산에 나서 1959년 헤이룽장성에서 대규모 유전을 발견했다. 중국 최대의 다칭(大慶) 유전이었다. 다칭 유전과 더불어 성리(胜利) 유전, 다강(大港) 유전 등을 연달아 발견하면서 중국은 에너지 자급자족에 성공하였고 산유국이 되었다. 1972년부터 원유 수출을 본격화한 중국은 1985년에는 2억6000만 배럴을 수출하여 67억 달러의 수익을 기록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중국의 석유자급은 경제발전이 본격화된 1993년 막을 내리게 되었다. 현재 중국은 하루 416만 배럴(2023년)을 생산하는 세계 6위의 원유 생산국이지만 소비량이 일 1500만 배럴에 이르면서 원유 자급률은 28.5%에 머무르고 있다. 천연가스의 경우도 연간 생산량이 230bcm(1bcm=10억㎥)을 기록하는 세계적인 가스 생산국이지만 소비량이 364bcm을 기록하면서 35%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에너지 수입이 증가하면서 안정적인 에너지 확보와 차질 없는 공급은 중국의 사활을 결정하는 핵심 이슈로 부상했다.

그래픽=백형선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중국으로 향하는 석유와 가스 대부분은 말레이반도 인근의 믈라카 해협을 통과하고 있는데 이것이 중국 안보에 결정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는 2003년 11월 후진타오 주석의 ‘믈라카 딜레마’ 발언은 잘 알려져 있다. 사실 후 주석은 단순히 해상 운송로의 취약성만을 지적한 것이 아니었다. 에너지 수입 경로를 다변화하여 에너지 확보의 안정성을 강화함과 더불어 중국 내부의 에너지 생산을 확대하여 수입 에너지 의존도를 낮춤으로서 에너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대안을 제시한 것이었고, 중국은 20년 넘게 일관되게 움직였다.

믈라카 해협을 통과하지 않고 에너지를 수입하기 위해 중국은 전통적인 우방인 파키스탄과 미얀마를 선택했다. 이란과 인접한 파키스탄 최남단 과다르(Gwadar)에서 출발하여 고도 5000m에 이르는 히말라야를 돌파해 중국 서부 카슈가르(喀什)까지 이어지는 3200㎞의 파키스탄 종단 파이프라인을 건설해 하루 100만 배럴의 원유를 수송하겠다는 중국의 구상은 처음에는 무모한 공상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시간이 가면서 도로와 에너지 및 산업단지 등이 결합된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CPEC) 구상으로 발전하였다. 미얀마 서부에서 출발해 중국 쿤밍을 연결하는 파이프라인은 2014년 완공돼 중국의 구상을 일부 현실화시켰다.

그래픽=백형선

중국은 2000년대 들어와 중앙아시아 지역의 가스를 중국으로 운송하는 사업도 병행하여 진행하였다. 투르크메니스탄에서 출발해 우즈베키스탄 및 카자흐스탄을 통과해 중국까지 연결되는 3가닥의 1833㎞ 가스관을 통해 연간 46bcm의 가스가 중국으로 흐르고 있다. 러시아는 ‘시베리아의 힘’으로 명명된 가스관을 건설해 23bcm 규모의 천연가스를 중국에 수출하고 있다. 파이프라인 이외에도 중국은 LNG(액화천연가스)로 88bcm의 가스를 도입하고 있다. 러시아 등으로부터의 추가 가스관 건설을 통한 도입 물량 확대는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중국 정부는 특정 국가에 대한 과도한 천연가스 의존이 자국의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2022년 카타르, 미국과 각각 체결한 27년, 25년짜리 LNG 도입 장기 계약은 다양한 공급원을 경쟁시켜 비용을 낮추면서 공급 안정성을 확보하겠다는 중국의 의도를 보여준다.

중국 정부는 외부로부터의 안정적인 공급을 넘어 국내에서의 에너지 생산을 확대해 외부의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 에너지 안보에 핵심적이라 판단하고 이를 위한 노력도 강화하고 있다. 중국 서부 지역에 집중된 태양광 및 풍력발전 설비들은 기후변화 대응과 더불어 에너지 자급을 통한 국가안보 강화와 새로운 미래 산업 발전을 위한 투자라는 복합적 목표를 위해 진행되었다. 이를 통해 중국은 세계 최대의 재생에너지 설비를 갖춘 국가가 되었다. 중국은 2023년 217GW의 태양광 발전 용량을 신규로 확보했는데 단 1년 만에 미국 전체 태양광 발전 용량인 175GW보다 많은 양을 신설한 것이다. 풍력과 수력을 포함할 경우 2023년 중국의 재생에너지 발전용량은 301GW가 증가했는데 이는 전 세계에서 추가된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의 59%에 이르는 수치이다. 이러한 압도적인 투자에 힘입어 중국의 태양광 패널, 이차전지 그리고 전기차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각각 90%, 60%, 50%에 달한다. 20년간 이어진 일관성 있는 정책과 의지를 통해 중국은 에너지 안보와 신산업 육성을 동시에 달성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송전 선로 건설이 지연되어 동해안의 신규 발전소들이 제대로 가동되지 못하고 반도체 라인 가동이 가능할지를 놓고 전전긍긍하는 우리가 과연 미래에도 중국과 제대로 경쟁을 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중국에 대한 추가 가스 공급 놓고 러시아·투르크메니스탄 힘겨루기

중국에 대한 추가 가스 공급을 위해 러시아와 투르크메니스탄이 경쟁하고 있다. 러시아는 시베리아 서부 야말 반도에서 출발하여 몽골을 통과해 중국에 이르는 3350㎞의 ‘시베리아의 힘 2(PoS-2)’ 노선 건설을 추진해 왔다. 기존 ‘시베리아의 힘 1(PoS-1)’ 노선의 수송 용량이 연 38bcm인데 비해 PoS-2는 50bcm으로 더 많은 가스를 운송할 수 있다. 유럽에 대한 가스 수출이 대폭 감소한 러시아는 이를 만회하기 위해 중국으로의 가스 공급 확대를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카스피해 동쪽에 위치한 투르크메니스탄은 세계 가스 매장량의 10%를 보유한 세계 4위의 천연가스 생산국가이다. 2022년 80bcm의 가스를 생산해 절반을 중국으로 수출했다. 현재 투르크메니스탄은 러시아를 제치고 중국에 가장 많은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국가이다.

양국 간 경쟁에서 러시아가 유리할 것으로 보이지만 중국은 투르크메니스탄으로부터 천연가스 도입을 위한 신규 파이프라인(일명 라인 D) 건설을 우선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PoS-2 노선의 종점인 중국 북부의 경우 대규모 재생에너지 설비가 갖춰지고 있어 추가적인 가스 공급이 다급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2014년 체결한 계약에 따라 현재 투르크메니스탄에 비해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가스를 중국에 수출하고 있는 러시아로서는 PoS-2 건설을 통해 계약 조건을 유리하게 변경하고자 하지만 투르크메니스탄이라는 공급원을 보유한 중국으로서는 유럽 수출길이 막혀 다급해진 러시아의 요구를 수용할 이유가 없다. 이 때문에 PoS-2 건설은 상당 기간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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