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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 매머드 되살아날까', 코끼리 피부로 역분화 줄기세포 만들었다

'멸종 매머드 되살아날까', 코끼리 피부로 역분화 줄기세포 만들었다

약 4000년 전 자취를 감춘 매머드. photo The Scientist


과학계가 멸종한 털북숭이 매머드를 되살리려는 복원 목표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복원의 핵심 단계인 줄기세포 만들기에 성공한 것이다. 멸종 동물 복원 기술을 연구하는 미국의 바이오기업 '콜로설 바이오사이언스(Colossal Biosciences)'가 이 주목할 만한 복원작업의 주인공이다. 이 기업은 약 4000년 전에 멸종한 매머드를 복원해 본래 서식지인 북극 툰드라 지역에 돌려놓겠다고 선언했다.

코끼리 줄기세포 편집해 세포 만들 계획

매머드(mammoth)는 약 500만년 전 아프리카에서 처음 출현해 이후 북반구의 많은 곳으로 퍼져나갔다. 털매머드는 아시아, 유럽, 북아메리카 대륙 등으로 서식지를 넓혔고, 이들보다 덩치가 더 큰 콜롬비아 매머드는 북미의 더 남쪽인 멕시코에까지 분포하며 번성했다. 지구가 마지막 빙하기를 벗어나던 약 1만3000년 전에는 툰드라, 초원 지대가 형성되면서 매머드에게 더 살기 좋은 환경이 조성됐다. 하지만 약 4000년 전 자취를 감췄다.

매머드는 본래 생존력이 강한 동물이다. 빙하기에서 살아남기 위해 영하 40도의 혹한에도 잘 견디도록 두꺼운 지방과 긴 털을 가진 동물로 진화했다. 또 휜 엄니, 4m에 달하는 거대한 키와 몸집을 자랑한다. 하지만 상아를 노린 인간 수렵, 기후변화로 인한 때 아닌 추위, 식수 오염 등 복합적 요인이 멸종의 방아쇠를 당겼다고 추정되고 있다.

매머드 조상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후손은 아시아코끼리다. 매머드의 가장 가까운 친척뻘이다. 아시아코끼리는 매머드와 DNA 구성이 99.6% 일치한다. 세계의 많은 과학자들은 아시아코끼리를 통해 멸종된 매머드를 복원시킬 다양한 방법을 찾아왔다. 특히 콜로설 바이오사이언스(이하 콜로설)의 연구진이 대표적이다.

콜로설은 세계적 유전학자인 조지 처치 미국 하버드대 교수가 설립한 기업이다. 체세포 복제 방식을 통해 멸종된 매머드, 도도새, 태즈메이니아 주머니늑대 등의 복원 연구를 진행 중이다. 최근엔 매머드를 유전적으로 복원하려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성체 아시아코끼리의 피부 세포를 배아 상태인 유도만능줄기세포(iPSC·역분화 줄기세포)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iPSC는 이미 분화가 끝난 체세포를 다시 분화 능력이 있는 줄기세포 단계로 되돌린 세포다. 신체의 모든 조직으로 발전할 수 있다. 정자와 난자로도 자랄 수 있다. 앞서 과학계는 쥐의 피부 세포를 배아처럼 작동하도록 조작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바 있다.

콜로설 연구진은 아시아코끼리 세포에서 세포 사멸을 유도하는 암 억제 유전자 'TP53'을 억제해 iPSC로 역분화하는 효율을 높였다. 사람을 포함한 많은 동물에는 DNA에 결함이 생겨 손상되면 이를 찾아 죽이는 시스템이 있는데, TP53 유전자가 그 역할을 한다. TP53이 활성화되어 세포분열을 중지시키거나 세포 사멸을 유도한다. 그동안 코끼리의 iPSC를 생산하기 어려웠던 것도 암 저항성이 높은 TP53의 특별한 유전적 특성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iPSC 성공은 매머드 복원에서 가장 중요한 돌파구를 마련한 셈이라는 게 처치 교수의 설명이다.

콜로설의 최종 목표는 코끼리 iPSC의 유전자를 편집해 두꺼운 털과 지방층 등 매머드의 특성을 갖춘 코끼리를 탄생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시베리아 영구동토층에서 온전한 상태로 발굴된 매머드 사체에서 세포를 추출해 DNA 정보를 확보했다. 생물학자들은 이미 매머드의 DNA 염기서열을 분석해 매머드 특유의 모피, 지방층, 영하 40도의 혹한에 잘 견디는 기질 등을 담당하는 유전자를 파악했다.

콜로설 연구진은 코끼리와 매머드의 유전적 차이를 파악한 후 유전자 편집 기술로 아시아코끼리와 매머드의 유전자를 접합한 '매머펀트(mammophant)' 배아를 만들 계획이다. 아시아코끼리 iPSC에 매머드 유전자를 이식해 매머드와 비슷한 다양한 세포 조직과 장기를 시험적으로 배양하고, 이런 이식 단계를 거쳐 매머드와 거의 같은 유전자를 가진 수정란을 만든 다음, 이 수정란을 대리모인 암컷 아시아코끼리의 자궁에 이식해 매머드 같은 코끼리를 2028년까지 세상에 나오게 하겠다는 것이다. 코끼리 세포로 매머드 세포를 만들려면 최소한 7000만개 이상의 유전자를 교정해야 한다.

매머드와 DNA 구성이 99.6% 일치하는 아시아코끼리. photo 뉴시스


매머드 무리 복원해 툰드라에 풀 계획

처치 교수는 코끼리 배아의 DNA를 시베리아의 매머드 뼈에서 발견된 DNA처럼 바꿀 수 있다면, 그 코끼리 DNA는 털북숭이 매머드처럼 추운 기후에서 생존할 수 있는 특성을 보일 것이라고 봤다. 과학계 또한 코끼리 iPSC를 통해 원하는 신체 조직을 만들 수 있다면 유전학의 판도를 바꿀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다만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iPSC 성공은 복원 계획 중 가장 기초 단계라며 앞으로 넘어야 할 어려움이 많다고 지적했다.

콜로설의 장기적인 목표는 인공 자궁을 사용해 매머드를 복원하는 것이다. 약 100㎏의 태아를 22개월의 임신 기간 동안 품게 하는 인공 자궁을 만들기에는 아직 해결해야 할 기술적 난관이 크다. 만약 매머드 복원에 성공할 경우 연구진은 '매머드 무리'를 만들어 북극권 툰드라 지대에 방사할 방침이다. 이는 곧 생태계를 복원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매머드는 생존 당시 대규모로 이동하면서 북극 지역의 초지를 유지해 건강한 생태환경을 보존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따라서 이들이 툰드라 땅으로 돌아간다면 초지를 되살려 막대한 양의 이산화탄소와 메탄이 배출되는 것을 줄이고, 기후위기도 완화해 북극 영구동토층을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그러나 일부 과학자들은 매머드 복원 계획에 회의적이다. 영국 맨체스터대 동물학과 매슈 콥 교수는 "혹한에 잘 견디고 털이 많은 매머드의 성질을 갖도록 유전자가 편집된 코끼리를 진짜 매머드로 봐야 하는지 모호하다"며 "이런 생명체가 태어나면 어떻게 매머드의 행동 양식을 배워 살아갈지 의문"이라고 지적한다. 동물보호단체 페타(PETA)의 엘리사 앨런 국장 역시 "멸종한 동물을 되살리는 것보다 서식지를 잃고 있는 기존 동물들을 보호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며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처치 교수는 멸종 동물 복원 기술이 개발되면 멸종위기 동물 보전이 훨씬 쉬워질 뿐 아니라 개체수가 매우 적은 아시아코끼리를 보존하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따르면 현재 지구상의 생명체 100만종 중 매년 100~1000종이 사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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