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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테무의 '예고된' 공습[베이징노트]

알리·테무의 '예고된' 공습[베이징노트]

핵심요약한국보다 4~5배 싼 가성비 상품 앞세운 중국 플랫폼월간 사용자수 1천만명 넘어…11번가 추월 시간문제
알리·테무의 '예고된' 공습[베이징노트]
소비자 인식변화 "그동안 중국산 포장만 바꿔 폭리"
알리·테무의 '예고된' 공습[베이징노트]
중국서는 테무(핀둬둬) 무시던 알리(타오바오)의 굴욕
알리·테무의 '예고된' 공습[베이징노트]
'중국산 초저가 플랫폼' 무시하던 한국 업계와 닮은꼴연합뉴스
중국 베이징 특파원으로 발령받은지 얼마되지 않아 곧 중국을 떠나는 한 주재원의 집에 식사 초대를 받아 방문한 적이 있다. 그런데 이 주재원의 집 현관에는 택배 상자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길래 궁금해 물어봤다.
곧 한국으로 들어가는데 미국이나 유럽 같은 선진국 제품도 아니고 중국산을 이렇게 많이 사 가는 이유가 뭐냐고 질문하자 이 주재원은 당연하다는 듯이 이렇게 대답했다. "임 특파원도 복귀할때 중국 제품 많이 사서 들어갈 겁니다"
애매모호한 그의 대답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기까지 그리 오래걸리지 않았다. 한국으로부터 이삿짐이 들어오기 전 1~2달 필요한 제품을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이커머스 플랫폼 '타오바오'에서 하나둘씩 사들이기 시작하면서다.
드라이기 69위안(약 1만 2천원), 겨울용 솜이불 59위안(약 1만 1천원), 빨래건조대 65위안(약 1만 2천원), 식기건조대 29위안(약 5천원) 등 한국에서 온라인 쇼핑몰에서 구입하는 것에 비해 4~5배는 족히 쌌다.
거기다 한국에서는 개별 구입시 배송료가 3~5천원 붙지만 이들 상품은 모두 배송료가 무료였다. 처음에는 이사짐이 들어오기 전 잠깐 쓰다가 버릴 생각으로 샀던 초저가 제품들이지만 1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 요긴하게 잘 쓰고 있다.
저가 제품의 가성비에 만족하자 요즘은 500위안(약 9만 2천원) 이상의 제품도 덥석덥석 사들인다. 행여나 제품 사이즈나 품질에 문제가 있더라도 반품하면 그만이다. 앱을 통한 반품 신청이 간단하고 반품 비용도 받지 않는다.
가성비 앞세워 한국 시장 점령 나선 알리·테무연합뉴스
최근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이하 알리)와 테무가 한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어 한국 유통업계가 초비상에 걸렸다. 지난 14일에는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가 쿠팡과 11번가, G마켓, SSG닷컴 등 국내 이커머스 업계 실무진을 모아놓고 대책회의까지 열었다.
통계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알리의 월간활성사용자수(MAU)는 560만명으로 1년 만에 2배 이상 증가했다. 테무의 성장세를 더 무섭다. 지난해 8월 서비스 실시한 이래 반년 만에 MAU가 460만명으로 급증했다.
MAU가 3천만명에 달하는 1위 쿠팡과는 아직 격차가 큰 상황이지만 2위인 11번가 추월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알리와 테무가 당일 배송 시스템까지 갖춘 한국 이커머스 플랫폼과 달리 배송에 시간적 제약이 있는 해외 '직구'(직접구매) 플랫폼인 점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폭발적인 성장세다.
그렇다면 알리와 테무의 성장세의 비결은 뭘까? 모두가 알고 있듯이 바로 '가성비'다. 두 업체의 중국내 플랫폼 가격과도 큰 차이가 없다. 해외 배송비를 고려하면 '이렇게 싸게 팔아서 남는게 있을까?' 싶을 정도지만 한국 시장 선점을 위해 출혈 경쟁도 감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산 못믿어? "어차피 그동안 산 것도 중국산"스마트이미지 제공
다음으로 한국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다. 중국산은 품질이 낮고 짝퉁(가품)이 많은데다 일부는 인체에 유해하기까지 하다는 것이 한국 소비자들의 일반적인 생각이다. 오줌 맥주나 알몸 김치 사건 등 식품은 물론이고 중국산 인형과 마스크 등 공산품에서도 유해물질이 검출됐다는 소식이 자주 들려온다.
그런데 이런 이유로 선뜻 중국산을 선택하기가 어려웠던 소비자들이 알리와 테무 이용 이후 어차피 한국 이커머스 플랫폼을 통해 구매한 상품도 상당수가 중국산을 들여와 포장만 바꿔 더 비싸게 판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실제로 알리와 테무의 한국 시장 공습을 다룬 기사 댓글 가운데는 기존 한국 이커머스 플랫폼들이 중국산을 들여와 중간 마진을 대폭 챙긴 뒤 재판매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게됐다는 내용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한국 이커머스 플랫폼이나 판매업자들이 수입품에 부과하는 관세, 부가세, KC 인증 비용 등 역차별이 되고 있는 각종 규제를 해소해 달라고 정부에 요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규제를 해소한다고 해도 납득하기 어려운 현재의 가격차를 극복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타오바오'와 한국 이커머스 플랫폼의 동병상련?
중국 내에서도 초저가 이커머스 플랫폼을 우습게 봤다가 수모를 당한 사례가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알리의 타오바오와 테무의 핀둬둬 얘기다. 알리바바 그룹 산하 타오바오는 그동안 중국 이커머스 시장을 사실상 독점해왔고, 초저가 제품을 주로 판매하는 핀둬둬는 무시했다.
실제로 중국에서는 핀둬둬에서 산 상품은 워낙 싸 마음에 안들면 그냥 버리면 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핀둬둬는 AI(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통한 제품 발굴, 지방 소도시를 타깃으로한 박리다매 전략 등 비용절감을 통해 저가를 유지하면서도 판매 제품의 품질을 끌어올렸다.
그 결과 핀둬둬는 타오바오의 이용자수를 거의 따라잡으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핀둬둬를 초저가 제품만 파는 싸구려 플랫폼이라고 우습게 봤던 타오바오는 결국 80%에 달하던 시장 점유율의 절반을 핀둬둬에게 내주는 굴욕을 당했다.
이미 예견된 중국산 이커머스 플랫폼의 공습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무대책으로 일관하다 뒤늦게 호들갑을 떨고 있는 한국 이커머스 플랫폼 업계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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