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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대학병원 수술 30∼40% 취소…구급차 이송 지연도 속출(종합)

대전 대학병원 수술 30∼40% 취소…구급차 이송 지연도 속출(종합)

박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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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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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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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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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부외과 의사 없어 응급실서 하염없이 기다려" 환자는 발 동동

검찰 "경찰과 협력해 의료계의 불법 집단행동 공동 대응"

내원객 몰리는 2차 병원
내원객 몰리는 2차 병원

(대전=연합뉴스) 이주형 기자 = 전공의 의료 중단 나흘째인 23일 대전 유성구의 한 2차 병원을 찾은 시민들이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2024.2.23 coolee

(대전·천안=연합뉴스) 유의주 박주영 이주형 강수환 기자 = "진료를 볼 의사가 없대요. 뉴스에서만 보던 일이 저희한테도 일어날 줄은…"

23일 오전 대전 을지대병원 응급실을 찾은 한 50대 보호자는 초조함에 발만 동동 굴렀다.

그는 "아들의 폐 관련 질환으로 급하게 병원에 왔는데, 흉부외과 응급진료를 볼 의사가 없다고 해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다"며 "뉴스에서만 보던 전공의 이탈 여파가 직접적으로 내게 영향을 미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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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들의 집단 병원 이탈이 나흘째로 접어들면서 응급실 대기시간이 길어지는 등 진료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지역 의료계에 따르면 대전지역 대학병원들의 평균 정규 수술 건수는 30∼40% 감소했다.

대전에서는 전날까지 5개 주요 대학·종합병원 전공의(506명) 중 81%(410명)가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들 5개 병원에는 시내 전체 전공의(527명)의 96%가 근무하고 있다.

충남대병원·건양대병원·대전성모병원에서 근무지를 이탈한 전공의 246명에게 업무개시명령이 내려졌지만, 대부분 복귀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을지대병원과 대전선병원도 사직서를 낸 전공의들(91명) 대부분이 근무지를 이탈한 상태다.

충남대병원도 전공의 사직서 제출
충남대병원도 전공의 사직서 제출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중 1천300병상 규모의 상급종합병원인 충남대병원의 사직 규모가 167명(인턴 40명, 레지던트 127명)으로 가장 많다.

충남대병원은 경증 환자는 퇴원을 유도하고 뇌심혈관계, 암 등 중증도가 높은 질환을 중심으로 수술실을 가동, 평소보다 40% 줄여 운영 중이다.

병원 관계자는 "주말에는 예약된 수술이 없지만, 다음주 월요일이 되면 수술실 가동률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을지대병원과 대전성모병원도 신규 입원환자를 최소화하는 한편 응급이 아닌 정형외과·안과 등 진료 과목을 중심으로 수술 일정을 연기, 정규 수술을 30% 취소해 운영하고 있다.

구급차량의 응급환자 병원 이송이 지연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전날 오후 10시께 정신질환을 앓는 20대 환자를 구조해 대전지역 종합병원 8곳에 이송가능여부 전화를 돌렸지만, 모두 의료진 부재, 진료·연결 불가를 이유로 거부당했다.

지난 21일 오후 3시께 고열 증상으로 119에 신고가 접수된 70대 환자는 의료진 부재, 병상 부족 이유로 입원이 거부되다 1시간 23분 만에 지역 한 종합병원으로 이송되는 등 대전에서만 5건의 지연 이송 사례가 발생했다.

충남 지역에서 진료를 받지 못해 대전까지 원정 진료를 받는 사례도 있었다.

대전 유성선병원을 찾은 조모(56·여·충남 거주)씨는 "시어머니가 갑자기 어지럼증을 호소하면서 넘어지셔서 아침부터 병원에 연락을 돌린 끝에 겨우 대전까지 모시고 왔다"고 말했다.

충남 천안 순천향대 천안병원과 단국대병원의 입원 환자 수도 평소보다 30% 정도 줄었다.

충남 지역은 천안의 대학병원 2곳에 전공의 257명이 근무하고 있다.

이 가운데 197명이 사직서를 내 191명에게 현장 복귀 명령이 내려졌지만, 두 병원 모두 실질적인 복귀자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신규 외래 진료에는 큰 차질이 없지만, 전공의 이탈에 따라 비상 진료체계 운영 부담으로 병원들이 입원환자를 조정하는 것으로 보인다.

순천향대 천안병원 관계자는 "이번 사태가 장기화하면 입원 환자가 평소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공의들은 교수의 수술을 보조하고 주치의로서 병동을 회진하며 처방을 지시하거나 처치하는 등 역할을 한다.

현재까지는 필수진료과목 위주로 전문의 중심의 비상 진료체계를 가동하고 있어 큰 차질은 없지만, 인턴들의 수련 기간이 끝나 모두 이탈할 경우 사태가 더 악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현재 근무 중인 인턴들도 필수과목 수련 일수를 못 채워 남아있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전문의 수련 자격 인정 규정에 따르면 인턴은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에서 14주 이상 수련 시간을 채워야 수료증을 발급받을 수 있다.

신문수 보건의료노조 대전충남지부장은 "대학병원들의 응급실 대기시간이 길어졌고, 외래환자 접수 건수는 약 처방만 하면 되니 오히려 다소 증가했다고 들었다"면서 "간호사들은 어차피 환자가 병동에 없으니 휴가를 가거나 차라리 무급휴직으로 쉬겠다고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전지검 홍성지청은 이날 충남경찰청, 홍성·예산·보령·서천경찰서와 검·경 실무협의회를 열고 의료계의 불법 집단행동 대응을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검찰 관계자는 "형사부장과 공공수사 전담검사 등이 일선서 수사 담당자들과 긴밀히 협력해 국민 생명과 건강에 직접적인 위험을 초래하는 의료계의 불법 행위에 대해 공동 대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불 켜진 건양대 병원 수술실
불 켜진 건양대 병원 수술실

[연합뉴스 자료사진]

j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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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IrIAG-_nNz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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