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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GM으로 살 뺀다고?… 비만학회 “의학적 근거 부족하다”

CGM으로 살 뺀다고?… 비만학회 “의학적 근거 부족하다”

‘혈당 다이어트’ 유행… 상술 논란
최근 패치 형태 연속혈당측정기(CGM)를 몸에 부착하고 체중 감량을 시도하는 신종 다이어트가 유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뇨병이 없는 일반인의 CGM 활용 체중 관리는 의학적 근거가 충분치 않은 만큼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게티이미지뱅크

SNS 등 “감량 성공” 글 다수 올라
식사·운동 등 습관 개선 중요한데
“CGM만 쓰면 관리 필요없다” 호도

1형·심한 2형 당뇨병에 사용 허가
의사 처방 불필요… 구매 제한 없어
디지털의료제품법 공포는 됐지만
2년 후 시행… 관리·규제 쉽지 않아

근래 당뇨병이 없는 사람이 살을 빼기 위해 연속혈당측정기(CGM)를 사용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일부 업체들은 CGM과 연계된 체중 관리 서비스(앱)를 출시하고 광고를 통해 ‘혈당 다이어트 효과’를 부각한다. 하지만 비만 전문 학술단체는 “일반인의 CGM 활용 비만 관리는 의학적 근거가 충분치 않다”며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새로 유행하는 다이어트 방법에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CGM은 손가락 채혈 없이 센서가 달린 바늘을 피부에 삽입해 혈당 수치를 5분 간격으로 측정하고, 혈당 변화를 스마트폰으로 확인하는 기기다. 1형 당뇨 환자와 심한 2형 당뇨병 환자(인슐린 투여, 혈당 변동 폭이 크거나 저혈당이 잦음)에게 사용이 권고된다. 측정 센서 등 소모품값으로 월 16만~20만원이 들어 1형 당뇨 환자에겐 건강보험 혜택이 주어진다.

그런데 소셜미디어(SNS)와 블로그, 유튜브 등에는 이처럼 당뇨 환자들이 주로 쓰는 CGM을 사용해 체중 감량과 체형 관리에 성공했다는 글들이 많이 올라와 있다. 500원짜리 동전만한 패치형 CGM을 팔뚝에 부착한 모습을 포스팅한 운동복 차림의 여성 네티즌은 “차기만 했는데, 2주 만에 3㎏이 빠졌다”고 했다.

혈당 다이어트는 지속적인 혈당 모니터링과 식단 조절을 통해 혈당 상승을 억제하면 과도한 인슐린 분비를 방지해 체중 증가를 억제할 수 있다는 가정에 기초한다. 대한비만학회 홍보이사인 허양임 분당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18일 “개념 자체가 틀린 건 아니다. 단 음식 등 당이 높은 식품을 먹으면 혈당이 급상승(혈당 스파이크)하고 이를 떨어뜨리기 위해 인슐린 호르몬이 분비되는데, 포도당이 넘치면 체지방으로 축적되면서 살이 찐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CGM을 통해 실시간으로 혈당을 체크하고 식단을 조절해 정상 범위 내로 관리하면 체중 감소에 도움 된다는 것이 업체 측 주장이다. 허 교수는 “최근 CGM 다이어트 광고를 보고 실제 가능한지 문의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고 했다.

이에 대해 대한비만학회는 최근 발표한 성명서에서 “당뇨병 관리의 다양한 상황 혹은 당뇨가 없는 사람에게서 CGM의 활용이 모색되고 있으나, 아직은 연구 영역으로 CGM 사용이 확실히 도움 된다는 근거는 매우 부족하다”고 밝혔다.

학회 진료지침위원회가 의학 문헌 검색 사이트(MEDLINE, Embase, Cochrane library, KoreaMed 등)에 올라온 관련 주제 연구 4편(원저 논문 2편, 리뷰 논문 2편)을 분석한 결과 CGM 중재 체중 감량의 효과성과 근거의 신뢰성이 낮다는 결론을 내렸다. 위원회는 “소규모 사용자 대상으로 단기간의 효과를 살펴본 연구만 일부 존재하고 그 효과가 크지 않아 여러 사람에게 일반적 사용을 권장할 만큼 충분히 신뢰하기 어려웠다”고 덧붙였다.

허 교수는 “정상인은 당이 높은 음식을 먹더라도 인슐린이 잘 분비돼 혈당 변동 폭이 크지 않다. 굳이 CGM을 붙이고 측정하면서까지 체중 관리할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대한비만학회 김성래 회장은 “비만은 식생활이나 수면, 스트레스 등의 지속적 관리와 합병증 치료가 필요한데, 일부 업체들이 CGM을 쓰면 생활습관 교정 등 다른 관리는 필요 없다는 식으로 호도하는 측면이 있어 경종을 울리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학회는 “비만 관리와 건강 개선은 종합적인 생활습관 개선을 통해 가장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다. 균형 잡힌 영양 섭취, 규칙적 신체 활동, 충분한 수면, 스트레스 관리는 건강과 적정한 체중 유지에 가장 중요하며 광범위한 과학적 연구가 뒷받침하고 있다”면서 “이런 생활습관 변화에 CGM이 필요하지는 않다”고 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논란이 되자 지난해 11월 의료기기위원회(내과계 1소분과)를 열고 해당 사항을 논의했다. 식약처에 따르면 CGM은 ‘3등급 의료기기(인체 내 일정 기간 삽입되거나 잠재적 위험성 있음)’로 분류되며 당뇨 환자에게 사용하도록 허가하고 있다. 다만 의사 처방이 불필요해 일반인도 구매에는 제한이 없다. 일부 업체들이 출시한 CGM 포함 건강관리 앱 또한 공산품에 해당해 누구나 살 수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위원회 논의에서 의료기기를 사용한 건강관리 서비스 제공의 경우 광고 관리가 돼야 하며 의료기기 광고 심의를 받도록 하는 게 타당하고 안전사용 정보 제공이 필요한 것으로 의견이 모였다”고 말했다.

이처럼 디지털 융·복합 의료기기가 급증하자, 이의 안전성과 품질 향상을 도모할 ‘디지털의료제품법’이 제정돼 올해 1월 공포됐다. 하지만 2026년 1월부터 본격 시행이어서 현재로선 관리와 규제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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