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걸림돌은 경제적 부담
입시·대졸·취직기간 늘면서
사회진출 늦어 결혼준비 못해
#대기업에 다니는 30대 김 모씨는 결혼을 미루고 있다. 월급 대부분을 주택담보대출 이자를 갚는 데 쓰고, 자녀를 키우면서 친정·시댁 도움 없이는 일과 가정을 유지하지 못하는 동료 직장인을 보면서다. 부모님 집에 얹혀사는 지금의 삶이 더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김 씨는 “결혼 고민은 일단 제쳐두고 일이나 하자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결혼·출산을 주저하는 2030대 청년이 최대 100만명에 달한다. 혼자 살겠다거나 결혼해도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결혼·출산 거부층’도 있지만, 몇몇 장애물 때문에 결혼·출산을 망설이는 젊은 사람도 상당하다. 정부가 한정된 예산과 정책역량을 결혼·출산을 망설이는 사람에게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저세대의 결혼·출산 걸림돌은 경제적 문제와 관련이 깊다. 결혼 방해요인으로 ‘현실적 결혼조건을 맞추기 어렵다’(39.5%·1~3순위 누적기준)는 답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소득이 적거나 경제적으로 불안하다’(37.9%), ‘결혼하고 싶은 인연을 만나지 못할 것 같다’ (32.8%) 순이었다. 출산 걸림돌로는 ‘자녀를 양육할 경제적인 여유가 없다’와 ‘자녀교육에 막대한 비용이 들기 때문’이라는 답이 각각 46.4%, 45.7%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유 선임연구위원은 “‘혼자 사는 것이 더 행복할 것 같다’, ‘육아에 드는 시간이나 노력을 감당하고 싶지 않다’ 같은 이유를 꼽는 거부층과 달리 주저세대는 정책과 제도를 통해 해결가능한 이유를 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주저세대를 위한 다양한 해법이 있겠지만 사회진출 시기를 앞당길 대책이 가장 시급하다고 조언한다. 경제활동이 빨라지면 실질소득이 늘고 자산형성 기간이 길어지면서 결혼·출산에 대한 경제적 부담을 덜 여지가 생기는데 현재 대부분의 주저세대는 거꾸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AI 에이전트(인공지능 비서)’를 활용해 첫 취업시기를 앞당기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서울대, 고려대를 비롯한 일부 서울소재 대학은 교과목 추천 AI비서를 도입했다. AI비서는 졸업생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희망 전공과 커리어에 맞춰 개인화된 커리큘럼을 짜준다. 이경일 솔트룩스 대표는 “AI비서가 더욱 진화해 학생의 지식상태를 진단하고 학습전략에 따라 맞춤형 콘텐츠와 피드백을 제공하는 ‘인텔리전트 튜터링 시스템’을 고등교육에 도입하고 대학입시와 전공선택까지 연계하면 조기졸업·취업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구직난을 겪는 청년층과 구인난으로 힘든 유망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을 연결해주자는 의견도 나온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작년 실시한 ‘2023 청년 구직 현황 및 일자리 인식 조사’ 결과 응답자 64.4%가 중소기업 취업을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63.8%는 취업을 희망하는 일자리에 대한 정보 획득이나 활용이 어렵다고 호소했다.
매일경제가 심층 인터뷰한 중소기업 대표들은 통합 공채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신입과 경력을 구분하지 않고 채용공고를 올리지만 몇 달을 기다려도 지원자가 없어서 사내 직원의 추천을 받아 사람을 겨우 뽑는 실정”이라며 “중소기업들이 모여 공채의 장점을 살린다면 모래알처럼 흩어져 채용에 애를 먹고 있는 지금보다 좋은 인재를 뽑을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구직자도 채용 시기가 명확해지고 기업 정보가 한데 모이는 만큼 취업 준비가 한결 수월해질 수 있다.
여기에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처우 격차를 메울 수 있도록 내 집 마련 지원 등 다양한 정책 금융상품이 나온다면 중소기업 취업에 대한 선호도도 높아질 수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평균 소득 격차는 2017년 265만원에서 2021년 297만원까지 벌어졌다. 2021년 기준 중소기업의 월 평균 소득은 266만원으로 기업 전체 평균 소득(287만원)보다 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