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서 0.1%P 올려 0~0.1% 유도
日銀총재 “마이너스 금리 역할 완수”
당국 “급격한 인상 아닌 속도 조절”
단기적으로는 엔화 가치 유지 전망
다만 일본은 당분간 금융 완화를 유지하며 신중한 행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 자칫 긴축이라는 신호를 보냈다가 애써 살려놓은 ‘디플레이션’(물가 하락 속 경기 침체) 탈출의 불씨를 꺼뜨릴 수 있다는 불안감이 크기 때문이다.
● 日 ‘금리 있는 세계’ 진입
일본은행은 2016년 2월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도입했다. 은행이 돈을 맡기면 이자를 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돈을 떼는 것이다. 이를 8년 만에 종료함에 따라 이른바 ‘금리 있는’ 세계로 진입했다.
우에다 가즈오(植田和男)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금리 상승의 이유로 “물가 상승률 2% 목표를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마이너스 금리에 대해서도 “역할을 완수했다”며 종료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당시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대폭 인하했다가 코로나19 종료 후 인상을 본격화한 미국, 유럽, 한국 등과 달리 일본은 ‘디플레 탈출’이 우선이라는 신조 아래 금융 완화 정책을 고수했다.
2000년대 경기 회복 조짐이 나타났을 때 섣불리 금리를 올렸다가 다시 불경기로 빠져들었던 트라우마가 컸다. 경기가 살아났다고 판단한 2006년과 2007년에 각각 금리를 인상했다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당시 주요국 중 가장 큰 타격을 받았던 점도 작용했다.
하지만 지난해 소비자물가지수는 한 해 전보다 3.1% 오르며 1982년 이후 41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대기업 임금 인상률 예상치 또한 5.28%에 달하는 등 물가 상승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금리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대두했다. 엔화 약세에 따른 수입 물가 상승 등 저금리 정책의 부작용 또한 간과하기 어려웠다.
● ‘속도 조절’ 강조… 점진적 변화 관측
이에 금리를 올리면 통화 가치가 높아지고 주가가 내려간다는 금융시장의 일반적 공식 또한 나타나지 않았다. 이날 닛케이평균주가는 전일 대비 0.66% 상승 마감했다. 도쿄 외환시장의 엔-달러 환율 또한 전일 대비 상승해 150.39엔을 기록했다. 엔저의 심리적 마지노선 격인 150엔 선을 돌파한 것이다.
일본 최대 시중은행인 미쓰비시UFJ은행은 21일부터 보통예금 금리를 연 0.001%에서 0.02%로 20배 올리기로 했다. 이 은행의 보통예금 금리 인상은 17년 만이다.
전문가들은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당분간 금리 인하를 단행할 뜻이 없다는 의사를 비친 만큼 달러 대비 엔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일본이 중장기적으로 금리 인상을 단행한다면 점진적으로 엔화 가치가 높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