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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와인의 역사·세균에서 생명을 보다

[신간] 와인의 역사·세균에서 생명을 보다

이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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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맛보는 와인 페어 방문객
와인 맛보는 와인 페어 방문객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 와인의 역사 = 이언 태터솔·롭 디샐 지음. 허원 옮김.

인류학자인 이언 태터솔과 분자생물학자인 롭 디샐이 협업해 와인의 역사와 제조 방법, 와인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 와인에 얽힌 이색적인 사건 등을 소개한다.

책에 따르면 인류와 와인의 인연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꽤 오래됐다. 고고학자들은 아르메니아 남부에 있는 '아레니-1'이라고 명명한 지역의 동굴에서 6천년 전에 와인을 제조한 흔적을 발견한 바 있다.

현대사회에서는 와인이 대중적인 음료가 됐지만 고대의 와인은 사치와 계급의 상징이었다. 기원전 3190년 상이집트 선(先)왕조 시대의 왕 스콜피온 1세 묘지에 있는 세 개의 묘실은 와인을 보관한 것으로 추정되는 용기가 가득했다. 이집트에서는 부유한 인물이 죽으면 미라를 만들기 전에 와인으로 시신을 닦고 묘지에 좋은 와인과 함께 매장했다고 한다.

와인
와인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책은 인간이 와인을 비롯한 술을 즐길 수 있게 된 진화 과정에 대해서도 주목한다. 에탄올은 효모의 작용으로 당분을 많이 포함한 과일에서 자연스럽게 생기는 물질 중 하나이며 과일을 자주 먹었던 유인원은 낮은 농도의 알코올에 지속적으로 노출됐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호모사피엔스가 속한 유인원의 친척이라고 할 수 있는 나무두더지는 인간이 술을 좋아하게 된 과정을 유추하는 단서가 된다. 체중이 50g에도 못 미치는 이 작은 동물은 자연 발효로 알코올 농도가 3.8%까지 올라가기도 하는 베르탐 야자나무 꽃꿀을 마신다. 실제로 혈중알코올농도가 높아지기도 하지만 알코올의 영향을 해소하는 메커니즘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자들은 유인원 역시 발효 음료를 선호하고 알코올을 분해할 수 있는 생리적 능력을 오래전에 보유하게 됐다고 본다.

와인의 가격은 천차만별이고 때로는 경매에서 와인 한 병이 수억원에 낙찰되기도 한다. 하지만 책은 와인의 가격이 사람들의 선호도는 상관관계가 없다는 의외의 실험 결과도 소개한다. 6천명이 넘는 피험자들에게 가격을 알려주지 않고 1.65∼150달러까지 다양한 가격의 와인을 맛보도록 하고 선호도를 평가하게 했더니 가격과 상관관계가 없었다는 것이다. 오히려 비싼 와인을 덜 좋아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한울엠플러스. 344쪽.

책 표지 이미지
책 표지 이미지

[한울엠플러스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 세균에서 생명을 보다 = 고관수 지음.

네덜란드 과학자 안톤 판 레이우엔훅(1632∼1723) 이후 세균학의 주요 발견이 이뤄진 흥미로운 과정을 각각의 연구 결과와 함께 알기 쉽게 소개하는 책이다.

레이우엔훅은 처음으로 단안 렌즈 현미경을 만들어 연못물 속의 미세한 생물체를 관찰하고 그 결과를 영국 왕립협회에 편지를 보내 소개한 인물이다.

그는 왕립협회의 특별 회원이 된 후 수십년간 190여편의 논문을 내며 세균학이라는 새 장르의 문을 열었다. 렌즈를 깎아 만든 현미경으로 온갖 것을 관찰하던 괴상한 취미가 인류 지식사의 전환점을 만든 셈이다.

현미경으로 본 세균 이미지
현미경으로 본 세균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책에 따르면 세균학에서 중요한 발견은 학자들이 생각하고 연구하는 방식 패러다임을 바꿨다. 인류는 오랫동안 병에 걸리는 원인을 몰랐으며 더러운 공기가 질병을 일으킨다고 생각하기도 했으나 독일 의학자 로베르트 코흐(1843∼1910)의 공으로 새로운 깨달음을 얻게 된다. 그는 소와 쥐를 이용해 탄저병을 연구해 특정 세균이 특정 질환의 원인이 된다는 것을 최초로 규명했다.

세균학의 연구는 질병에 관한 발견에만 그치지 않았다. 미국 학자 제프리 고든은 장내 세균 분포가 심지어 비만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규명한다. 쥐를 사용한 연구에서 같은 양의 음식을 먹더라도 퍼미큐테스에 속하는 세균이 많으면 박테로이데케스에 속하는 세균이 많은 쥐보다 더 살이 찐다는 것을 밝힌 것이다. 퍼미큐테스는 같은 음식에서 더 많은 열량을 뽑아내 숙주(쥐)에게 전달해주기 때문이다.

계단. 344쪽.

책 표지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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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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