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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준 "60대 살인자 역에 흥분…사람 이해하는 게 배우 매력"

이희준 "60대 살인자 역에 흥분…사람 이해하는 게 배우 매력"

황재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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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ㅇ난감'서 동료에게 배신당하고 살인자 되는 전직 형사 역할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살인자ㅇ난감' 배우 이희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살인자ㅇ난감' 배우 이희준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빌런(악당)이라고 생각하고 연기하지는 않았어요. 그냥 똑같은 사람이죠. 그만의 이유가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된 거라고 생각해요."

16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희준은 최근 공개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살인자ㅇ난감' 속 전직 형사이자 살인자 '송촌'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모습이었다.

드라마에서는 머리를 짧게 자르고 얼굴에 잔주름이 가득한 60대의 모습이었던 그가 단정하게 가르마를 탄 40대 초반의 젊은 얼굴로 돌아와 있었다.

이희준은 "처음 역할을 제안받았을 때는 너무 황당해서 '제가 이 할아버지 역할을 하는 거예요?'하고 물어봤을 정도였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너무 신났다"고 털어놨다.

이어 "저는 도전과 어려운 일 앞에 흥분하는 편"이라며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흥분됐다. 그런 제안을 해주신 감독님께 고마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희준은 "작품에서 송촌의 나이가 구체적으로 언급되진 않는데, 저는 65세 정도의 나이라고 이해했다"며 "약수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운동 열심히 하는 몸 좋은 할아버지'를 연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노인 연기의 어려움에 대해 "조금이라도 노인 목소리를 내려고 하는 듯 인위적인 티가 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며 "이창희 감독님의 도움이 컸다. 인위적인 느낌이 나면 '다시 찍읍시다' 하고 섬세하게 짚어주셨다"고 고마움을 드러냈다.

이렇게 만들어진 송촌은 작품 후반부인 5∼8회에 강한 인상을 뿜어내며 대활약했다. 주인공인 이탕(최우식 분) 못지않은 분량과 흥미로운 서사 때문에 '누가 주인공인지 모르겠다'는 반응도 나왔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살인자ㅇ난감' 송촌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살인자ㅇ난감' 송촌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살인자ㅇ난감'은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던 대학생 이탕이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지르게 되고, 뛰어난 직감의 형사 장난감(손석구)이 이탕을 쫓으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 범죄 스릴러다.

이탕은 수차례 우발적인 살인을 저지르는데, 그때마다 살해당한 피해자가 죄를 숨기고 살아온 천인공노할 범죄자였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이탕이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범죄 흔적은 우연히 사라진다.

이런 일이 반복되자 이탕은 자신에게 악당을 알아보는 '능력'이 있다고 믿게 된다. 그런 이탕의 앞에 나타나는 사람이 바로 살인자 송촌이다.

송촌은 과거 동료에게 배신당한 뒤 범죄의 길을 걷는 인물로, 악한 인물을 세상에서 없애겠다며 연달아 살인을 저지른다. 악을 처단한다는 명목으로 사람을 잔인하게 죽이는 송촌의 행보는 마치 이탕이 걷는 길 끝에 무엇이 있는지 보여주는 듯하다.

이희준은 "송촌이 스스로를 히어로라고 생각하진 않은 것 같고, '저런 쓰레기들이 하나라도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송촌에게 공감하다 보니 많이 '짠한'(측은한) 기분이 들었다. 송촌을 안타까워하는 연민의 감정이 많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희준은 "송촌 역시 그냥 똑같은 사람"이라며 "송촌이 믿었던 형사에게 배반당하는데, 그로 인한 충격이 너무나 컸을 것 같다. 그래서 더 극단적으로 비뚤어지게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희준은 송촌의 행동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경계했다. 그는 "우리가 체감하기에 나쁜 일을 저지르고도 법망을 벗어나는 사람이 많다고 느끼다 보니 이런 드라마가 만들어지지 않았나 싶지만, 송촌과 같은 행동을 해선 안 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살인자ㅇ난감' 배우 이희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살인자ㅇ난감' 배우 이희준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단편영화와 연극 무대에서 탄탄한 연기력을 다진 이희준은 최근 영화 '황해'와 '살인자ㅇ난감'으로 잇달아 넷플릭스 작품에 출연했다. 현재도 넷플릭스 시리즈 '악연' 촬영이 진행 중이라 인터뷰 당일 새벽 3시까지도 촬영을 진행할 만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희준이 탄탄대로만 걸어온 것은 아니다. 수익이 일정치 않은 무명 시절도 겪었고, 연기에 몰두하는 과정에서 공황장애도 앓게 돼 '연기를 그만둬야 하나' 고민한 시기도 길었다고 한다.

그토록 힘들어하면서도 왜 계속 연기를 하는지 묻자, 이희준은 "언젠가 극단 '간다' 대표가 '왜 이렇게 연기를 좋아하느냐'고 물어봐서 처음으로 진지하게 생각해본 일이 있었다"고 운을 뗐다.

이희준은 "사람에 대한 이해가 너무 재미있는 것 같다"며 "사람의 심리를 이해하면 할수록 너무 재미있고 거기에 가장 꽂혀있게 된다. 그보다 더 재미있는 일은 없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송촌이 어떻게 이렇게 됐을까, 그 이유를 찾고 공감하고 인물을 관찰하죠. 그 이해해가는 과정, 아 이 인물에겐 이게 제일 큰 상처였겠구나, 이런 걸 이해하는 과정이 재미있고 따뜻해요. 그보다 더 재미있는 게 없는 것만 같아요."

jae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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