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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기차 왕국’ 이면엔 배터리공장 건강 위험도

중국 ‘전기차 왕국’ 이면엔 배터리공장 건강 위험도

‘전기차 왕국’으로 등극한 중국에서 전기차 배터리 산업도 활황을 맞고 있지만 배터리 공장에서의 직업병 위험이 심각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배터리 산업은 광범위한 공급망과 강력한 인재 풀 등을 내세워 세계 시장의 60% 이상을 점유하고 있지만 생산 과정에서 소음과 먼지, 화학 독소, 레이저 방사선 등의 피해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허베이성의 한 배터리 공장. 신화연합뉴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2일 최근 수년간 중국 각지 보건 당국의 조사를 바탕으로 배터리 공장의 위험을 진단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중국 학술 저널인 ‘노동위생과 응급구조’에 장쑤성 타이싱에 있는 리튬 배터리 제조공장에서 잠재적인 직업병 위험이 확인됐다는 연구 결과가 실렸다. 현지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연구원들이 실시한 현장 조사에서 배터리 제조 과정 중 양극재와 음극재를 다루는 공정에서 작업자가 흑연 먼지 등으로 질식 위험이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연구진은 또 용접 중에는 고농도의 오존 노출 위험도 감지됐으며 공장 내 소음도 허용치 85데시벨을 넘어서는 90데시벨에 가까웠다고 지적했다.   SCMP는 “현장 조사를 통해 해당 공장 작업자들이 오존, 불화수소, 소음 등 직업적 위험이 있는 활동에 노출돼 특별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왔다”고 전했다.   중국 정부가 운영하는 중국 안전과학기술연구원의 2019년 연구에서도 1990년대 초반부터 배터리 제조 과정에서 집단 중독 사고가 자주 발생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익명을 요구한 충칭의 한 CDC 연구원은 “배터리 제조에서 직업병 위험은 항상 ‘심각’ 단계로 분류돼 왔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최근 작업장에서의 높은 자동화 수준과 첨단 기술 덕분에 전기차 배터리의 직업병 위험은 과거 납축 배터리 공장 등에서보다는 낮다고 덧붙였다.   온라인에서 지식 문답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국의 쿼라(Quora)와 비슷한 중국 내 최대 규모 질의응답 지식통합 사이트 즈후닷컴에는 전기자동차용 배터리를 생산했던 한 여성 근로자가 늘 화학 먼지에 노출돼 눈과 목이 따끔거려 입사 5개월 만에 그만뒀다는 내용 등 배터리 직업병 사례가 많이 올라왔다. 다른 사용자도 2021년 시끄러운 배터리 공장에서 3개월 간 일한 뒤 소음으로 인해 건강에 대한 우려와 청력 저하로 신경쇠약에 시달렸다고 경험담을 공유했다.   SCMP는 미국에서도 근로자 건강을 해치는 수준의 작업장 여건으로 인해 전기차용 배터리 제조업체들이 벌금을 물고 있다고 소개했다. 중국 CATL(닝더스다이), BYD(비야디)에 이어 세계 배터리 시장에서 3위를 차지하고 있는 한국 LG에너지솔루션은 제너럴모터스(GM)와의 합작 법인 공장의 안전 규정 위반 등을 이유로 미국 정부로부터 27만달러(약 3억6000만원)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미국 직업안전보건청(OSHA)은 안전 및 비상 대응 절차 교육 미실시, 개인 보호장비 사용 기준 미준수 등 총 19건의 안전·보건 관련 위반 사항을 적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SK온 역시 지난달 미국 법인이 배터리 공장에 근무하는 직원들을 니켈 같은 위험 물질에 노출시키는 등 6건의 위반 사항이 OSHA에 적발돼 7만5000달러(약 1억원)의 벌금을 내게 됐다.   SCMP는 내연기관에서 신에너지로 자동차 산업이 전환하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글로벌 트렌드가 됐지만 그 여정에 논란이 많으며 직업병 위험은 그 중 하나일 뿐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배터리 핵심 원료인 리튬 채굴이 심각한 환경 오염을 유발하는 등 공중 보건에 위협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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