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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지가 민심’ 확인한 푸틴… 국제 비판에는 ‘3차대전’ 운운

‘전쟁의지가 민심’ 확인한 푸틴… 국제 비판에는 ‘3차대전’ 운운

당선 확정된 푸틴 “외국 반응 이미 예상”
선거 비판하는 국제사회 향해 ‘제3차 세계대전’ 언급
투표 마지막 날 곳곳서 ‘나발니 시위’…최소 74명 구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결국 6년 더 집권하게 됐다. 푸틴 대통령이 2030년까지 총 30년간 러시아의 수장을 맡게 된 것인데, 스탈린 집권 기간보다도 긴 시간이다. 푸틴이 선거에 대한 비판 목소리를 잠재우고 정치 입지를 공고히 하기 위해 호전적이고 강압적인 태도를 견지할 것으로 보여 우려가 제기된다.
 
18일 오전 개표가 98% 진행된 가운데 푸틴 대통령은 득표율 87.34%로 당선이 사실상 확정됐다. 이번 득표율은 2018년 대선 때 자신이 세운 종전 최고 기록(76.7%)을 뛰어넘어 옛 소련 붕괴 후 러시아 역사상 가장 높다. 미국 CNN방송은 푸틴 대통령이 “이렇다 할 반대 세력 없이 단계별로 관리된 선거를 통해 1인 지배를 연장했다”고 전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도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5개 지역을 포함한 이번 대선 결과는 크렘린이 푸틴이나 전쟁에 대한 모든 비판을 금지하고 야당 후보의 출마를 막은 상황에서 예상된 결론이었다”고 보도했다.
5연속 집권에 성공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모스크바 선거캠페인 본부에서 기자들과 만나 자신만만한 표정을 짓고 있다. AFP연합뉴스
◆“투표장, 장례식 분위기”…곳곳서 정오의 ‘나발니 시위’
 
러시아 대통령 선거 마지막 날인 17일(현지시간) 세계 각지에선 이른바 ‘나발니 시위’가 벌어졌다. 지난달 옥중 사망한 반정부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의 지지자들이 정오에 맞춰 투표소에 나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항의를 표출하자고 촉구한 데 따른 것이다. 
 
이날 정오가 되자 러시아 투표소 여러 곳에선 이 시위에 동참하려는 유권자로 긴 줄이 늘어섰다. 투표에 참여한 한 30대 모스크바 여성은 시위 참여 뒤 “분위기가 마치 장례식 같았다”라며 “무엇을 하든 아무것도 변하지 않을 거라는 느낌이었다”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상황이 바뀌지는 않겠지만 러시아에 반대자가 아주 많다는 것은 보여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대선 마지막 날인 지난 17일 서울 중구 주한러시아대사관에 마련된 투표장을 찾은 러시아인들이 투표하기 위해 줄 서 있다. 뉴스1
해외에 거주 중인 러시아인들도 각국 대사관과 영사관 등 재외국민 투표소에 대거 몰렸다. 특히 독일 베를린 시위 현장에 등장한 나발니 부인 율리아 나발나야에 이목이 쏠렸다. 베를린 러 대사관 앞에 5시간 이상 줄을 서 투표한 나발나야는 투표지에 고인이 된 남편의 이름을 써넣었다고 밝혔다. 그는 “(푸틴은) 살인자, 깡패이며 그런 푸틴과는 어떤 협상도 메시지 교환도 있을 수 없다”고 꼬집기도 했다.
 
러시아 인권단체 OVD인포는 이번 선거를 규탄하는 집회로 17개 도시에서 최소 74명이 이상이 구금됐다고 밝혔다. 로이터 통신은 “러시아는 영토가 광활해 정오 투표 참가자들이 흩어져 있어 시위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모였는지는 추정하기 어렵다”며 투표소에 따라 수십에서 수천명이 모인 것으로 확인했다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대선 기간 중 항의 시위들은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며 그동안의 모든 범죄행위는 자신이 반대파를 누르고 압승한 뒤에 반드시 처벌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러시아 당국도 ‘조율되지 않은 시위’를 조직하거나 참여하면 최고 징역 5년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오의 시위가 발생하자 경찰이 줄 선 사람들의 신원을 확인하거나 소지품을 검사한 지역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달 옥중 사망한 러시아 반정부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의 부인 율리아 나발나야가 17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주재 러시아 대사관 앞에서 ‘푸틴에 저항하는 정오 투표 시위’에 참여했다. AP연합뉴스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라는 서방국가들
 
이번 대선을 불법으로 규정한 미국 백악관을 비롯해 영국, 독일, 폴란드 외무부 등은 모두 선거를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점령지에서 선거를 벌였다는 것이다.
 
영국 외무부는 불법으로 강제 합병한 점령지에서 선거를 한 점을 들어 “러시아가 평화로 가는 길을 찾는 데에 관심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영국은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우크라이나 국민에게 인도주의적, 경제적, 군사적 지원을 계속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라트비아 외무부는 “러시아에서 치러진 이른바 대통령 ‘선거’는 아무런 놀라움 없이 끝났다”고 지적했다. 독일 외무부도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푸틴 대통령의 통치는 권위주의적이며 검열, 억압, 폭력에 의존한다”며 “선거 결과에 누구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17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열린 집회 참가자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가면을 쓰고 ‘마리우폴 극장’이라고 적힌 종이 미사일을 들고 있다. ‘아조우스탈 패밀리’라는 단체가 주최한 이 집회는 마리우폴에 잡혀 있는 우크라이나 군인들의 석방을 촉구하기 위해 열렸다. AP뉴시스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관방장관도 18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러시아가 강제로 병합을 선언한 지역에서 투표를 시행한 점을 비판했다. 하야시 장관은 “러시아의 강제 병합은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 일체성을 침해하는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라며 “이는 유엔총회 결의와도 상충해 이 지역에서 대선을 실시하는 것도 결코 인정할 수 없다”고 직언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을 “독재자”라고 부르며 “선거를 흉내 내고 있다”고 규탄했다.
 
푸틴 대통령은 “일부 외국의 반응은 예상했던 일”이라며 “그들이 일어나 손뼉치길 바랐나”라고 응수했다.
 
◆‘제3차 세계대전’ 언급한 푸틴…병력 동원 나설 전망
 
푸틴 대통령은 전쟁에 더욱 강경한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게 됐다. 이번 대선에서 자신을 향한 민심이 강경하고 단호한 전쟁 의지에서 기인한다는 점을 확인한 탓이다. 앞서 유럽의회 싱크탱크인 유럽의회조사처(EPRS)를 비롯해 푸틴 대통령의 연설문 작성을 맡았던 정치분석가 아바스 갈랴모프, 러시아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는 모두 이번 선거 결과가 푸틴 대통령이 전쟁을 정당화하는 데 이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러시아 내부의 호전적 여론과 애국주의에 경계심을 드러냈다.
대선을 마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8일 새벽(현지시간) 모스크바에 있는 선거운동본부를 찾아 연설하고 있다. AP뉴시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대선 압승으로 대담해진 푸틴 대통령이 새로 병력 동원에 나서고 내부 반대의견 탄압을 강화해 우크라이나 전쟁을 격화시킬 수 있다고 보도했다. NYT는 특히 러시아에서 추가 병력 동원설이 확산하고 있으며, 당국은 이를 부인했지만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야권 운동가이자 사업가로 영국 런던에서 활동하고 있는 예브게니 치치바르킨은 러시아 독립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대선 후 많은 반체제 인사들이 도피하게 될 것이라면서 “아무것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선택은 감옥에 가거나 아니면 나라를 떠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5선 집권이 확정된 이후 푸틴 대통령은 ‘더 강한 러시아’를 주장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확장과 관련해 러시아와 직접 충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발언도 내놓으면서 긴장감을 조성했다. 18일(현지시간) 타스, BBC 등 외신을 종합하면 푸틴 대통령은 전날 선거 종료 뒤 “오늘날 세계에서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서방과 러시아의 직접 충돌 가능성을 열어뒀다. 동시에 ‘제3차 세계대전’을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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