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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퇴로 끊었다 … 의대 2천명 증원 굳히기

정부, 퇴로 끊었다 … 의대 2천명 증원 굳히기

20일 의대 정원 배정안 발표
의료대란 국민 피로감 감안
배정위 5일만에 발표 속도전
의료계 저항 더 거세지더라도
증원규모 유지한채 대화 의도
의료계 "총파업 등 대응 논의"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9일 충북 청주시 충북대 대학본부 앞에서 충북대 의대 교수들의 의대 정원 확대 반대 시위 현장을 지나쳐 걸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의대 정원 배분 발표를 통해 2000명 증원안 굳히기에 나섰다. 정부는 그동안 "2000명은 타협 대상이 아니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강조해 왔는데 마침내 행동에 들어간 것이다. 2000명안 철회를 사태 해결의 전제 조건으로 내걸고 정부를 압박해 온 의료계의 반발이 불가피해 보인다.

당초 의대 정원 확정 발표는 이르면 3월 말 또는 4월 초로 예상됐다. 의대 정원 배정심사위원회가 처음 소집된 것이 지난 15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일사천리로 작업이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속도전은 전공의 파업이 한 달 이상 지속되면서 생겨난 국민적 피로감, 일각에서 제기되는 '타협 불가피론'을 불식하고 의료개혁 동력을 이어가기 위한 선택으로 볼 수 있다. 입시전형 일정을 고려해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혼란을 막겠다는 고려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일단 대학별 의대 증원 규모가 발표되고 나면 이를 되돌리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각 대학들이 이 숫자를 기준으로 내년도 신입생 모집을 위한 작업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2025학년도 대입 모집정원은 입학 연도 개시 1년10개월 전까지 입학전형을 알리도록 규정한 고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라 이미 지난해 4월 나왔지만 이를 바꾸는 작업이 필요하다. 대학들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의 승인을 받아 2025학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수정하게 된다. 통상적으로 5월께 발표되는 신입생 모집요강부터는 늘어난 정원이 반영된 숫자로 나올 예정이다.



의료계 저항이 지금보다 한층 거세진다 하더라도 2000명이라는 숫자 자체를 놓고서는 더 이상 타협의 여지는 없다고 볼 수 있다. 정부의 노림수도 여기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단 '2025학년도 의대 정원 2000명 확대'란 정부안의 핵심은 기정사실로 못 박은 뒤 나머지 쟁점을 놓고 의료계와 대화에 나선다는 전략인 것이다. 의료계로선 명분을 챙긴 정부를 상대로 더 많은 양보를 얻어낼 여지가 생겨난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당장은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김강현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대변인은 "의대별 정원이 확정 발표되면 이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뒤 마지막 남은 다리마저 끊어버리는 격"이라며 "정부는 다가올 파국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권은 짧으나 의료 붕괴 여파는 영원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총파업 등 구체적인 대응 방안에 대해서는 아직 논의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김 대변인은 "조만간 의협 회장을 새로 뽑아야 하는데 그런 과정들이 먼저 마무리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정부와 의료계에 '1년 뒤 의대 증원 결정'이란 내용의 중재안을 제시한 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대위도 상황을 좀 더 지켜보자는 분위기다. 배우경 서울대 의대 교수협 비대위원은 "내부에서 많은 논의를 거쳤지만 정부가 발표하는 것을 막을 방법은 없다"며 "비대위 차원의 공식적인 대응책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정부가 의대 정원 배분을 확정 발표하면 전공의나 교수들이 돌아오는 길이 멀어진다는 건 분명하다"며 "비대위가 교육부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마련되고 정부가 하루빨리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태도를 보여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각 대학들은 증원 규모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대학 관계자는 "학교 입장에서 최대한 많은 정원을 확보하고 싶은 것은 당연하다"며 "현장 실사 등 면밀한 조사를 다 하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걱정했다.

예상대로 80%(1600명)는 비수도권, 나머지 20%(400명)는 수도권에 배정하면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의대 정원 비율은 약 3대7이 된다.

[이용익 기자 / 심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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