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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들이 울진의 빨간 맛을 알아? 울진의 겨울 맛 철 만난 ‘게 판’

니들이 울진의 빨간 맛을 알아? 울진의 겨울 맛 철 만난 ‘게 판’



홍게는 억울하다. 크기나 맛 모두 대게에 뒤질 바 없는데도 그간 꽤나 평가절하당해왔다. 아마도 몇 마리에 1만원씩 트럭에 쌓여 팔리는 싸구려 홍게가 쉽게 떠오르기 때문일 것이다. 덩치에 비해 부실한 살, 인상을 절로 쓰게 하는 짠맛. 양손을 버려가며 번거롭게 껍데기를 까더라도 딱히 먹을 게 없는 것이 홍게라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겨울 이맘때, 울진에서 만나는 홍게는 당신이 알던 홍게가 아니다. 당당하고 늠름한 외형만큼이나 실팍하고 차진 살, 달고 진한 맛에 놀라게 된다. 원래 홍게가 이런 맛이었나 싶다. 울진 후포항 왕돌회수산 임효철 사장은 “살이 없는 ‘물게’ 때문에 그런 오해가 생겼을 것”이라며 “살이 꽉 차는 요즘은 홍게가 오히려 대게보다 좀 더 비싸다”고 말했다. 대게는 12월부터 이듬해 5월 말까지, 홍게는 여름철을 제외하고는 연중 잡힌다. 그중 제대로 된 맛을 보려면 1~3월이 최적기다. 이 때문에 울진군은 매년 2, 3월경 대게와 홍게 축제를 연다. 정식 명칭은 ‘울진 대게와 붉은 대게 축제’다. 홍게를 붉은 대게라 이름 붙인 것도 싸구려 물게 때문에 평가절하된 홍게의 이미지를 쇄신하자는 의도에서다. 올해는 2월22일부터 25일까지 나흘간 축제가 열린다.

‘먹을 것 없는 홍게’ 오명을 거부한다
게눈 감추듯 먹게 될 제철의 맛

홍게


대게는 크다는 뜻이 아니라 몸통에서 뻗은 다리가 대나무 같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대게와 붉은 대게는 색깔로 쉽게 구분할 수 있다. 엎어져 있을 땐 비슷하지만 뒤집어보면 확실히 차이가 있다. 대게는 배 부분이 허옇고 붉은 대게는 전체가 붉다. 대게는 후포항에서 동쪽으로 20㎞ 정도 떨어진 왕돌초 일대에서 많이 난다. 수심 350~400m인 암초지역으로, 다양한 해양생물이 풍부한 곳이다. 붉은 대게는 수심이 1000m에 이르는 독도 인근 먼 바다에서 잡힌다.

대게와 붉은 대게 경매를 구경하려면 아침 일찍 서두르는 것이 좋다. 후포항에선 보통 오전 8시를 전후해 대게 경매가, 9시30분부터는 붉은 대게 경매가 열린다. 인근 식당은 물론이고 여러 지역에서 온 전국구 도매인들까지 몰려 북새통을 이룬다. 경매가 끝나고 난 뒤엔 큰 고무통에 대게를 풀어놓고 파는 장터가 열리기도 한다. 간혹 다리가 한두 개 떨어진 대게나 붉은 대게를 조금이라도 싸게 사려 흥정하는 여행객들도 볼 수 있다.

울진에는 대게, 붉은 대게 외에도 즐길 만한 맛있는 먹거리가 많다. 쫄깃한 식감이 일품인 강도다리, 전복살이 많이 들어간 전복죽, 실한 해물이 깊은 맛을 내는 해물칼국수를 만날 수 있다.(왼쪽 사진부터)


식당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으나 요즘 대게는 1마리(800~900g)에 3만원, 붉은 대게는 4만원 정도다. 대게나 붉은 대게는 묵직한 무게감이 있는 것을 골라야 한다. 마릿수에 혹해선 안 된다. 현지 상인들은 몸통을 만져봤을 때 단단하고 야무진 것으로 고르라고 조언한다. 축제 기간에는 대게와 붉은 대게를 평소보다 싸게 살 수 있는 경매가 열린다. 또 대게나 붉은 대게를 활용해 만든 다양한 요리, 가공식품 등을 무료시식할 기회도 많다.

‘울진대게’가 고유명사가 됐을 정도로 대게나 붉은 대게가 유명하긴 하지만 울진의 겨울 맛으로 빼놓을 수 없는 것들은 또 있다. 대표적인 것이 곰치다. 껍질은 미끄덩거리고 육질은 흐물흐물한 것이 여느 물고기와는 다르다. 보기에도 낯설다. 처음 접하면 특이한 식감에 적응하기 쉽지 않지만 한번 맛들이면 다시 찾게 된다. 얼큰하고 시원하게 끓인 곰치국은 차가운 바닷바람을 든든히 막아주는 것은 물론이고 해장국으로 이만한 게 없다 싶을 정도로 술자리 끝에 생각나는 맛이다. 죽변항 우성식당은 오랜 단골이 많은 곳이다.

대게와 붉은 대게를 먹으러 간 왕돌회수산에서 생각지도 않게 반한 맛이 있으니 강도다리다. 쫄깃하고 고소한 뒷맛이 강렬해 대게가 아니더라도 울진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매력적이다. 동해안에서 만나리라 예상치 못했던 메뉴 해물칼국수와 전복죽을 파는 죽변항 망양정해물칼국수, 후포항 동심식당도 찾아볼 만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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