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위치:홈페이지 > 초점

바이든 "트럼프 '미친 소리' 강조하라"…여론은 "둘 다 부적합"

바이든

미국 대선이 갈수록 ‘말꼬리 잡기’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선거가 정책 대결이 아닌 흠집 내기 방식으로 진행되면서 두 후보에 대한 유권자들의 피로감도 누적되는 기류다. 조 바이든 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EPA·로이터=연합뉴스 CNN은 20일(현지시간) 바이든의 측근을 인용해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선동적 발언에 더 공격적으로 임하라’고 직접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지시의 핵심은 “트럼프가 말하는 ‘미친 소리(crazy shit)’를 강조하라”는 것이었다고 한다.
바이든
CNN은 이번 지시에 대해 “바이든 스스로 공화당 후보를 부적합한 인물로 묘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아마르 무사 캠프 대변인도 “선거 캠페인의 최우선 순위는 유권자들에게 극명한 선택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바이든의 지시는 실제 실행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최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국들을 압박하자, 그는 “멍청하고 부끄럽고 위험한 일이다. 미국적이지도 않다”는 연설을 했다. 지지자들에게는 “트럼프의 말이 농담이라고 생각하도록 속아선 안 된다”는 이메일을 보냈다.
바이든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가 공화당 경선 후보인 니키 헤일리 전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의 배우자와 관련 “그는 지금 어디에 있느냐”며 조롱했을 때도 “트럼프가 군대를 ‘멍청이(suckers)’라고 생각한다는 것을 알고 있고, 그는 조국의 대한 봉사를 모른다”고 직격했다. 군인인 헤일리의 배우자는 현재 아프리카에서 복무하고 있다.
트럼프와 '리턴매치' 준비하는 바이든. AP=연합뉴스선거가 ‘진흙탕 싸움’으로 전개되면서 유권자들의 반응도 냉소적으로 변하고 있다.
이날 시에나 칼리지가 뉴욕주 유권자를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바이든과 트럼프는 각각 48%와 36%의 지지를 받았다. 뉴욕주는 1984년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이후 공화당 후보가 한 번도 이긴 적 없는 민주당의 초강세 지역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0년 대선 때 트럼프에 23%포인트 앞섰지만, 이번엔 격차가 12%포인트로 좁혀졌다. 조사를 진행한 스티븐 그린버그 시에나 칼리지 연구원은 “바이든이 트럼프를 앞서긴 했지만, 뉴욕주가 얼마나 ‘파란색’이었는지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눈길을 끈 대목은 유권자들의 평가다. 응답자의 70%는 바이든에 대해 4년 더 재임하기에 부적합하다고 하거나 응답을 거부했고, 트럼프에 대해선 58%가 부적합하다고 평가했다. 81세의 바이든과 77세의 트럼프가 모두 임기를 채울 수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7%에 그쳤다.
다른 후보가 부상할 경우 누구를 지지할지 물었더니 41%가 제3의 후보를 택하겠다고 답했다. 이 경우 바이든과 트럼프의 지지율은 모두 28%로 떨어졌다. 특히 민주당 유권자 중에서는 바이든(46%)보다 제3의 후보(38%)나 트럼프(13%)를 선호한다는 응답이 더 많았다. 공화당 지지자 중에서도 트럼프(61%)가 아닌 다른 후보(29%)를 지지하고 싶다는 응답이 적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폭스 뉴스에서 진행한 사우스캐롤라이나 타운홀 미팅에 참석했다. AP=연합뉴스대표적인 스윙스테이트인 펜실베이니아주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나타났다.
펜실베이니아주 유권자를 대상으로 한 에머슨 칼리지의 양자대결 조사에서 바이든과 트럼프는 각각 43%와 45%로 오차내 접전 양상을 보였다. 무소속 유권자들은 41% 대 35%로 바이든에 대한 지지가 많았지만, 무소속 로버트 케네디(7.6%), 코넬 웨스트(1.6%) 등을 포함할 경우 표가 분산되면서 트럼프와 바이든의 격차가 오히려 5%포인트 가까이 벌어졌다.
펜실베이니아에서도 두 사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적지 않았다. 응답자의 63%는 바이든의 나이를 심각하게 우려한다고 답했고, 57%는 사법 리스크를 안고 있는 트럼프에게 투표하는 것에 의구심이 든다고 답했다. 또 유권자들의 40% 이상은 대선의 가장 중요한 이슈로 경제를 꼽았다. 반면 두 후보가 핵심 이슈로 제시하고 있는 의료와 이민(각각 11%),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10%)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심도가 낮았다.
유력 후보에 대한 의구심은 선거 자금 모집 과정에도 반영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의 분석 결과 지난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기부한 사람은 51만6000명으로 4년 전 대선 때 기록했던 74만 명보다 20만 명 이상 줄었다. 바이든 대통령에게 기부한 사람은 47만3000명이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전용 헬기편으로 3일간의 캘리포니아 모금 행사 참석을 위해 백악관을 출발하기에 앞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AFP=연합뉴스다만 기부금액은 바이든 대통령이 2억2000만 달러로, 1억8900만 달러에 그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공화당 전략가인 에릭 윌슨은 더힐에 “기부자의 피로감이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3일간의 모금 행사를 위해 캘리포니아로 떠나는 길에 기자들을 만난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와 헤일리 중 누구와 대결하길 바라느냐’는 질문에 “누구든 상관 없다”고 답했다.

다음으로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