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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구 닮아 놀랐는데…리얼리티 위한 딥페이크 배우 시대

손석구 닮아 놀랐는데…리얼리티 위한 딥페이크 배우 시대

배우 얼굴 학습해 아역 구현, 젊게 만들거나 고인 되살리기도
“새 기술, 받아들여야 될 좋은 것으로만 생각...기준 마련해야”
▲ '살인자ㅇ난감' 속 손석구 배우(왼쪽)와 딥페이크 기술을 통해 만든 어린 시절 모습
넷플릭스 드라마 '살인자ㅇ난감'의 장난감 형사(손석구) 아역 캐릭터는 이목구비가 손석구 배우를 닮았다. 손석구 배우의 어린시절 사진을 인공지능 기술로 합성한 것이다. 아역은 강지석 배우가 연기했지만 그의 얼굴은 찾아볼 수 없다.

드라마·영화 등 영상 콘텐츠에 딥페이크 등 인공지능 기술이 활용되고 있다. 지난해 방영한 JTBC 드라마 '웰컴 투 삼달리'에선 전국노래자랑 진행자인 고 송해가 등장했다. '전원일기' 출연진이 나오는 예능프로그램 '회장님네 사람들'에선 응삼이 역을 맡았던 고 박윤배 배우를 딥페이크 기술로 구현해 옛 동료들과 대화를 나눴다. 2022년 디즈니플러스 드라마 '카지노'에선 차무식(최민식)의 30대 모습을 실제 나이보다 어리게 보이게 만드는 디에이징 기술을 통해 구현했다.

해외에선 디에이징 기술이 보편홰 돼 있다. 2019년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아이리시맨'에서 70대인 로버트 드 니로, 알 파치노의 젊은 시절 모습을 구현했다. 2023년 개봉한 '인디아나 존스5'에서는 80대인 해리슨 포드의 40대 모습이 나왔다. 디즈니플러스 드라마 '만달로리안'에선 주인공인 루크 스카이워커역을 맡은 60대 배우 마크 해밀의 20대 시절 목소리를 AI를 통해 구현했다.

▲ 디즈니플러스 '카지노' 드라마 속 차무식의 모습. 오른쪽은 과거 모습이다. 
딥페이크 기술을 통한 허위정보와 디지털성범죄가 논란이 되고 있지만 영상 콘텐츠 업계에선 배우의 노동 관점에서 우려하는 시선이 있다. 특정 배우의 데이터를 학습시킨 다음 지속적으로 출연하게 할 수도 있고, '살인자ㅇ난감' 사례처럼 다른 배우의 얼굴로 덮을 수도 있다.

2022년 러시아 통신회사인 메가폰이 은퇴한 브루스 윌리스가 나오는 광고를 내보내 논란이 됐다. 이 업체는 "브루스 윌리스가 자신의 권리를 판매해 '디지털 트윈'(디지털로 복제한 배우)이 스크린에 등장할 수 있도록 허용한 첫 할리우드 배우"라고 했지만 BBC에 따르면 브루스 윌리스의 대변인은 어떤 합의도 한 적 없다며 반발했다.

지난해 할리우드 작가와 배우들의 파업에서 이 문제는 쟁점 중 하나였다. 미국 공영라디오 NPR에 따르면 배우·방송인 노동조합은 AI로 인해 실존적 위협을 받고 있으며 일부 배우들은 AI 사용을 위해 신체스캔을 받았다고 밝혔다.

파업의 성과로 나온 합의문을 보면 디지털로 구현된 캐릭터가 실제 배우의 식별 가능한 특징을 갖고 있을 경우 해당 배우의 동의를 받도록 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워싱턴포스트는 "배우들이 AI 활용에 대한 '사전 동의'를 하고 디지털 복제본에 대한 '공정한 보상'을 받게 됐다"고 평가했다.

국내에선 '살인자ㅇ난감'이 논쟁을 촉발했다. 라이너 영화평론가는 "'배우의 연기라는 게 무엇인지 물음을 던지게 된다"며 "사람이 연기할 때는 표정이나 그 사람의 얼굴이 가진 매력 등이 있는 건데 다른 사람의 얼굴로 덮으면 배우의 얼굴에서 나오는 연기가 무용지물이 되는 게 아니냐는 문제의식이 있다"고 했다. 그는 "동의는 했겠지만 어린이 배우가 얼굴을 알릴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차단되는 점도 문제"라고 했다.

유건식 언론학 박사(KBS 시청자서비스부)는 "얼굴은 보이지 않더라도 제스처를 하거나 연기력을 보일 수 있는 건 남아 있기에 연기를 할 의욕을 꺾지는 않을 것 같다"며 "(성인 역할 배우와) 완전히 다른 얼굴의 사람이 연기하는 것보다 몰입도 측면에서 더 나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전에 공지를 하고 촬영이 됐다고 하면 문제 없지 않을까"라고 했다.

배우의 정보를 AI가 학습하는 일이 빈번해지면서 여러 우려가 제기되기도 한다. 라이너 평론가는 "할리우드에선 배우조합의 힘이 강해서 잘 막아내고 있는 것 같다. 유명 배우들은 자신의 권리를 지키는 것이 가능하다고 본다"며 "그렇기 때문에 제3세계의 무명 배우들이 착취를 당할 수 있다. 데이터셋에 집어넣고 언제든 이들의 얼굴을 불러올 수 있게 된다. 한국에서도 무명배우 입장에선 (한번 계약한 대가로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것에) 유혹을 느낄 것 같다"고 했다.

라이너 평론가는 "디에이징 기술은 이미 많이 쓰이고 있다. 고인을 CG나 홀로그램 등으로 구현하는 경우엔 유족이 동의하고 존중의 의미를 담는다면 가능하다고 본다"면서도 "기술이 발전되면서 받아들여야 될 아주 좋은 것이라고만 생각하는데 사용에 대한 기준과 설명서 정도는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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