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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박노해 시인의 어린 날 이야기 '눈물꽃 소년'

[신간] 박노해 시인의 어린 날 이야기 '눈물꽃 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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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래 기자기자 페이지

기억과 시간 본질 파고든 소설 '모든 것을 본 남자'

[느린걸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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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 눈물꽃 소년 = 박노해 지음.

군사독재가 서슬 퍼렇던 1980년대에 시집 '노동의 새벽'을 통해 노동 해방과 사회 변혁을 갈망했던 시인 박노해의 첫 자전 수필이다.

남도의 작은 마을에서 자라 국민학교를 졸업하기까지 본명(박기평)의 마지막 글자를 딴 이름 '평이'로 불리던 시절의 성장기를 담았다.

평이가 마음껏 뛰놀던 산과 들과 바다, 계절 따라 진달래와 해당화·동백꽃 향기가 가득한 동네의 흙마당, 골목, 학교 등 유년의 박노해를 키운 정겨운 풍경이 아련하게 그려진다. 그 안에는 할머니와 '엄니' 등 평이를 사랑으로 키워낸 사람들이 있다.

어느 날 장에 다녀온 할머니는 빨간 알사탕 한 알을 입에 넣어주며 이렇게 말한다.

"산과 들과 바다와 꽃과 나무가 길러준 것들도 다 제맛이 있지야. 알사탕이 아무리 달고 맛나다 해도 말이다, 유순하고 담박하고 부드러운 맛을 무감하게 가려버리제. 아가, 최고로 단 것에 홀리고 눈멀고 그 하나에만 쏠려가지 말그라."(31쪽)

수확한 곡식을 펼쳐놓고 새를 쫓고 있는 평이에게 엄니는 새들도 좀 먹게 쉬엄쉬엄하라고 타이른다.

"근디 놀멘 놀멘 하제이, 그리도 열심히 쫓아다닌다냐아. 새들도 좀 묵어야제."(13쪽)

진한 남도사투리로 전해지는 그 시절의 후덕한 인정(人情)이 구수하게 전해진다.

시인은 물질적으론 부족했지만 정신적으로 풍요로웠던 유년을 돌아보며 "이제야 나는 내가 받은 위대한 선물이 무엇인지를 실감한다. 결여와 정적과 어둠이 하나의 축복이었음을, 언뜻 낙후되고 고난으로 보이는 그것들이 어떻게 나를 키우고 내가 되게 했는지 나는 이야기해야 한다"고 말한다.

느린걸음. 256쪽.

[민음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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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것을 본 남자 = 데버라 리비 지음. 홍한별 옮김.

'나'(솔 애들러)는 1988년 9월 스물여덟살 가을에 런던의 애비로드 앞에 서 있다가 자동차에 치여 가벼운 찰과상을 입는다. 사고를 낸 뒤 당황한 중년의 운전자 울프강은 어디선가 만난 적이 있는 사람 같다. 이 사고를 당한 순간부터 나를 기다리고 있던 일들은 이상하게 어긋나기 시작하고, 내 현재는 이미 한번 살았던 과거처럼 기시감이 느껴진다. 그리고 나는 다른 사람들과 내게 닥칠 미래를 보기 시작한다.

영국 작가 데버라 리비가 쓴 이 소설은 주인공 솔 애들러의 20대 젊은 날과 죽음을 앞둔 50대 후반의 이야기가 교차하면서 펼쳐지는 독특한 구성의 작품이다.

이런 특이한 이야기 구조를 통해 작가는 기억과 시간이라는 생의 중요한 테마를 진중하게 파고들었다.

2019년 부커상과 골드스미스상 후보에 오르는 등 영국에서 크게 주목받았다.

민음사. 284쪽.

yongl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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