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위치:홈페이지 > 백과

280년된 파가니니 바이올린 X선으로 초정밀 '건강검진'

280년된 파가니니 바이올린 X선으로 초정밀 '건강검진'

송진원 기자
송진원 기자기자 페이지

유럽 싱크로트론 방사선연구소, 과르네리 제작 '일 칸노네' 스캔

유럽 싱크로트론 방사선연구소에서 검사중인 파가니니의 바이올린 일 칸노네.
유럽 싱크로트론 방사선연구소에서 검사중인 파가니니의 바이올린 일 칸노네.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19세기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로 꼽히는 니콜로 파가니니(1782∼1840)의 바이올린이 프랑스에 있는 한 방사선 연구소에서 미세 단층 촬영 기술로 '건강 검진'을 받았다.

프랑스 남동부 그르노블에 있는 유럽 싱크로트론 방사선연구소(ESRF)는 9∼10일(현지시간) 파가니니가 사용한 280년 된 바이올린 '일 칸노네'의 보존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비파괴 방사선 검사를 진행했다고 11일 밝혔다.

일 칸노네는 세계 최고의 바이올린 제작 가문 중 하나인 과르네리 가문에서 1743년 제작했고 파가니니가 연주하면서 명성을 얻게 됐다.

광고

파가니니는 힘 있고 섬세한 소리를 내는 이 바이올린에 '대포'라는 별명을 붙여주며 어디든 들고 다녔다고 한다.

파가니니 사후 그의 유언에 따라 고향인 이탈리아 제노바에 기증돼 1851년부터 도리아 투르시 궁에 소장돼 있다.

제노바에서 2년마다 열리는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 프레미오 파가니니의 우승자에게만 일 칸노네를 연주할 수 있는 특권을 얻을 수 있다.

제노바 당국과 콩쿠르 주최 측은 일 칸노네의 보존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ESRF에 검진을 의뢰했다.

ESRF가 보유한 BM18 빔 라인은 '다중 해상도 전파 위상차 엑스(X)선 미세 단층 촬영'이라는 기술을 이용해 바이올린 내부의 접착 면이나 못과 같이 눈으로 직접 살펴보기 힘든 부분의 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

BM18의 책임자인 폴 타포로 연구원은 "이 기술은 광파가 흡수되는 방식이 아니라 시료의 다양한 밀도 층을 통과할 때 생기는 위상 변화에 민감해 물질을 구별하는 데 더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ESRF가 스캔해 재구성한 파가니니의 '일 칸노네' 내부 모습.
ESRF가 스캔해 재구성한 파가니니의 '일 칸노네' 내부 모습.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는 바이올린에 이 분석 기술을 사용하면 못, 바이올린 현, 유기 접착제가 차지하는 공간을 나무로 된 부분과 구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펙(줄감개), 지판, 줄걸이, 브릿지 등 바이올린 부위별 사용된 나무 종류도 구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SRF는 일 칸노네를 X선에 노출하기 전 방사선 과다 노출로 인한 손상 위험이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 최신 바이올린과 오래된 바이올린을 대상으로 사전 테스트도 거쳤다.

첫째 날엔 바이올린 전체를 두 차례 스캔한 뒤 1만6천300개의 이미지를 분석해 3D 모델을 재구성했다. 이튿날엔 특정 손상 부위를 2.5∼4천분의 1㎜ 단위로 확대하는 '줌' 작업을 수행했다.

투르시 궁의 바이올린 관리자들은 이번 예비 검사로 드러난 일 칸노네의 상태가 일단 만족스러운 것으로 보고 있다.

ESRF는 향후 세부 분석 작업을 거쳐 최종 검진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san

다음으로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