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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평화''교류' 현판 떼는 조직개편, 국면 전환에도 대비를

[연합시론] '평화''교류' 현판 떼는 조직개편, 국면 전환에도 대비를

지난 2008년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에서 열린 북핵 6자회담
지난 2008년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에서 열린 북핵 6자회담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북핵 관련 외교를 총괄해온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의 규모와 역할이 대폭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는 7일 상반기 조직개편을 통해 외교전략정보본부(가칭)를 신설해 본부 산하 한반도외교정책국이 기존 한반도평화교섭본부 업무를 맡는다고 밝혔다. 외교전략정보본부는 명칭에서 드러나듯 전략 수립, 정보 분석 등의 기능에 방점이 있다. 2국4과 체제의 차관급 한반도평화교섭본부 조직이 18년 만에 간판을 떼고 1국3과의 국장급 기구로 축소되는 것이다. 북핵외교기획단과 평화외교기획단이 합쳐지고 평화외교기획단 산하 평화체제과까지 탈북민, 북한인권 등 새로 다루게 된 업무를 고려해 이름을 바꾸면 '평화' 단어는 외교부 조직도에서 사라진다. 북한이 핵·미사일 위협 강도를 높여가고 국제 질서의 진영화로 6자회담 당사국 간 비핵화와 평화체제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상황 등을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불가피한 조치로 받아들여진다. 다만, 북핵 관련 정책의 집중도와 외교 대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는 귀담아듣길 바란다.

대북 정책을 담당하는 정부 조직의 축소는 외교부뿐 아니다. 앞서 통일부도 지난해 직제를 개정해 남북 간 교류·협력 업무의 비중을 확 줄이는 대신 북한 정세 분석 및 정보 기능을 강화한 바 있다. 교류협력국, 남북협력지구발전기획단, 남북회담본부, 남북출입사무소 등 4개 실국장급 조직을 국장급 남북관계관리단으로 통폐합한 것이다. 남북교류협력국(실)의 조직 및 명칭 폐지는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이후 30여년 만이다. 통일부에서 '교류' 현판을 단 조직은 거의 없어졌다. 통일부를 '대북지원부'라고 질타하면서 체질 개선을 요구한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다. 정부는 또 올해 30주년을 맞은 민족공동체통일방안에 자유민주주의 가치와 함께 북핵·북한인권 문제 등을 반영해 보완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고 자유주의 철학이 담긴 새 통일 비전을 제시할 신(新)통일미래구상도 마련 중이다.

이런 일련의 조치는 북한이 보이는 최근의 행태에 대응하는 측면이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작년 12월30일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대남 노선 전환을 선언하고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했다. 지난 1월15일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는 "불변의 주적"이라고까지 했다. 이후 대남 기구 폐지와 '민족' '통일' 지우기에 몰두하면서 잇단 미사일 시험 발사와 군사정찰위성 개발 등을 통해 도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북한을 비핵화와 한반도 긴장 완화를 의제로 한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려는 물밑 작업은 지속되어야 한다.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들과의 북핵 외교도 위축되어선 안 된다. 북핵 문제 해결은 국제 공조 없이는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정세가 대화·협상 국면으로 전환되면 기획단이나 추진단 등의 형태로 신속히 조직을 전환해 기능 공백이 없도록 유연하게 운영해야 할 것이다. 예컨대 북미 관계 개선을 치적으로 내세우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하게 되면 북핵 정책에 급작스러운 변화가 올 개연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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