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세 시대가 온다
(2) 줄기세포 기술로 '맞춤형 장기' 생성
본인의 세포·조직 활용
맞춤형 장기 개발 연구
고질적 장기 부족 해결
안전성 문제도 원천차단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타바버라 부속 노화연구소(CALS)는 심장 간 등 장기를 우리 몸속에서 새롭게 만들어내는 연구에 한창이다. 인류가 조물주의 영역에 도전하는 또 다른 사례다.
지난달 기자가 찾은 CALS의 조엘 로스먼 소장은 “장기 이식이 필요한 환자가 이식받지 않고 체내에서 장기를 생성할 수 있게 하는 게 우리의 목표”라고 했다. 피부세포나 근육으로 신장 간 등 장기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인공장기 연구도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동부 볼티모어에 있는 존스홉킨스대 의대 연구팀은 인공 뇌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아직 크기가 2~3㎜로 작아 환자 치료에 쓸 수 없지만 진짜 뇌가 신경신호를 보내듯 외부로 전기신호를 내보낼 수 있다. 손상된 뇌 조직 복구 등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덕호 존스홉킨스대 의대 교수는 “소뇌, 중뇌 등 다양한 뇌 조직별로 배양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 몸으로 '셀프 장기이식' 가능해진다
예쁜꼬마선충의 자궁을 장으로 바꾼 연구 결과도 이런 자유로운 정신에서 나왔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기술의 뿌리는 다 자란 개체의 세포를 줄기세포로 되돌리는 역분화줄기세포(iPSC)다. 다 자란 사람의 세포도 줄기세포로 되돌릴 수 있는 기술이다. 줄기세포는 늙지 않는 세포인데, 우리 몸의 어떤 세포로도 분화할 수 있는 독특한 세포다. 이전까지 역노화 연구에서는 나이 든 세포가 줄기세포가 됐을 때 생체시계가 ‘0세’로 재조정되는 데 주목했다. 망가진 간세포가 정상으로 돌아오기도 했다. 피부, 장기 등을 젊게 만드는 역노화 기술의 밑바탕이 된 세포 리프로그래밍 기술이다.
CALS 연구팀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세포를 젊게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아예 다른 세포로 바꾸는 시도를 했다. 자궁세포를 장세포로 바꾸자 예쁜꼬마선충 몸속에 3차원 구조의 장이 만들어졌다. 줄기세포를 다른 종류의 세포로 바꾼 사례는 이전에도 있었지만 이미 다 자란 개체에서 세포 종류를 바꿔 3차원 구조 장기를 만드는 데 성공한 건 CALS가 최초다. 로스먼 소장은 “자궁에서 장뿐만 아니라 어떤 세포든 원하는 다른 종류로 바꿔주는 ‘방정식’을 완성해 나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기술이 성숙하면 환자들이 더 이상 장기 기증자를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면역거부 반응에 대한 우려 없이 젊고 건강한 장기를 몸속에서 만들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대신 조직 일부를 재생하는 치료법은 궤도에 올랐다. 장기 대신 구조가 덜 복잡한 혈관이 자라나도록 하는 치료법은 상용화가 임박했다. 환자의 세포를 리프로그래밍해서 혈관을 생성하는 줄기세포를 만들거나 혈관을 구성하는 세포를 키워 이식하는 방식이다. 미국 하버드대와 스탠퍼드대 등이 연구에 뛰어들었다. 국내에서는 카리스바이오가 연내 임상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오가노이드도 아직 장기 자체의 기능을 하기보다는 세포 집합체에 가까운 수준이다. 크기도 2~3㎜ 정도밖에 구현하지 못했다. 인공장기 역할은 하지 못하지만 뇌 심장 등 특정 장기의 기능을 본뜬 것이어서 약물 효능 분석 등에 활용되고 있다. 과학계에선 10년 내 상용화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덕호 미국 존스홉킨스대 의대 교수팀은 뇌 오가노이드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제이슨 김 연구원은 “줄기세포에는 개인 유전자 정보가 담겨 있기 때문에 맞춤형 장기 유사체를 만들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샌타바버라=이우상/볼티모어=남정민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