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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동행] 전라도 봉사왕 된 부산 아가씨…강진서 17년째 미용 나눔

[#나눔동행] 전라도 봉사왕 된 부산 아가씨…강진서 17년째 미용 나눔

김재선 기자
김재선 기자기자 페이지

강진 시집온 임수정씨, 요양시설·독거노인 찾아 머리 손질

의용소방대 총무까지 맡아 활동…궂은 곳 마다하지 않고 부르면 달려가

미용 봉사하는 임수정씨
미용 봉사하는 임수정씨

(강진=연합뉴스) 임수정 씨가 미용 도구가 들어있는 가방을 들고 봉사활동에 관해 얘기하고 있다. 2024.2.10 [임수정씨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광주=연합뉴스) 김재선 기자 = "머리 자르고 나서 손을 부여잡고 활짝 웃으며 고맙다고 인사를 하거나 먹을 것을 건네주는 어르신들 보면 힘이 나고 큰 보람을 느낍니다."

전남 강진군에서 17년째 어르신들 미용 봉사를 하는 임수정(53) 씨는 봉사가 직업이다.

미용을 비롯해 다양한 봉사활동으로 지역사회에서 '봉사왕'으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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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아가씨'였던 임씨가 봉사와 인연을 맺은 것은 강진으로 시집와 어릴 적 관심이 많았던 미용 기술을 배우면서부터다.

임씨는 경남 진해 해군기지에서 근무 중이던 남편을 만나 23살에 결혼해 '전라도 아줌마'가 됐다.

미용 봉사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강진 생활이 익숙해졌던 2006년쯤이었다.

강진에 정착한 뒤 직장 생활을 하기도 했고, 장사에 뛰어들기도 했으나 건강상 문제로 그만두고 나서다.

미용은 어려서부터 관심이 많았지만 가족의 반대로 접어야 했는데, 그 무렵 강진지역자활센터에서 미용팀을 구성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관심을 실현해 보기로 했다.

강진읍의용소방대원 활동
강진읍의용소방대원 활동

[임수정씨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목포 학원에 오가며 6개월간 이론교육을 받아 자격증을 취득했고, 6개월 동안 실습 교육도 받았다.

함께 기술을 배운 사람들끼리 잠깐 미용실을 운영하기도 했지만, 개업에 따른 조건 때문에 포기하고 대신 봉사의 길로 나섰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까지는 음식점 영업 등 다른 일도 겸하다가 코로나19 이후에는 일을 접고 봉사활동에만 전념했다.

처음에는 강진군 봉사팀과 연계해 마을을 찾아다니며 움직임이 편하지 않은 어르신들의 머리를 손질했다.

이후에 군동·도암면 등 강진읍에서 멀리 떨어진 외진 마을까지 돌아다니며 봉사 활동 지역을 넓혔다.

임씨는 10일 "모든 봉사활동이 보람되지만, 무엇보다도 몸을 움직이기 힘든 어르신들을 직접 찾아가 그분들의 머리를 손질하면 봉사자 입장에서도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봉사활동을 하며 알게 된 어르신이 보이지 않아 안부를 물었을 때 '돌아가셨다'는 말을 들으면 감정적으로 힘든 경우도 있다고 안타까움을 표하기도 했다.

미용 봉사하는 임수정씨
미용 봉사하는 임수정씨

[임수정씨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임씨는 이러한 봉사활동을 인정받아 그동안 여러 차례 강진군으로부터 봉사상을 받았다.

최근 임씨의 봉사는 미용에 그치지 않고 강진읍 여성의용봉사대 총무로 활동하면서 그 폭을 확장했다.

불이 나면 현장에 출동해 주변을 통제하고 길 터주기를 하는 등 외곽 지원 역할을 한다.

평상시에도 1주일에 한두 차례 전통시장 야간 순찰을 하거나 마을 외곽을 돌며 안전 지킴이 역할도 한다.

이번 설 연휴에는 대원 400여명과 함께 번갈아 가며 시장, 터미널, 각 마을 등을 찾아가 화재 예방 활동을 벌일 계획이다.

임씨는 이 밖에도 김장 봉사 등 큰 행사가 있을 때마다 자신을 필요로하면 언제든 달려 나가는 '봉사왕'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임씨는 "가족의 응원 덕에 지금까지 봉사에 전념할 수 있었다"며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어디선가 나를 기다리는 어르신들을 위해 계속해서 봉사하겠다"고 말했다.

kjs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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