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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로 의료수요 급증" vs "인구 줄어 의사 과잉될 것"(종합2보)

"고령화로 의료수요 급증" vs "인구 줄어 의사 과잉될 것"(종합2보)

김잔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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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수 부족한가' 판단부터 입장 차 극명하게 드러내

찬성 측 "의사 부족하지 않은데 전공의들이 주당 80시간 넘게 일하느냐"

반대 측 "인구 줄고 있어 의대 정원 유지해도 상대적 의사인력 크게 늘어"

"증원하면 의대 쏠림 불 보듯" vs "쏠림 현상 해결하려 증원하는 것"

"의사 겁박하고 직업 선택의 자유 제한" vs "환자 위태롭게 하는 게 진짜 겁박"

진료 기다리는 환자
진료 기다리는 환자

(부산=연합뉴스) 박성제 기자 = 의과대학 정원 확대에 반발하는 전공의의 집단 사직으로 '의료 대란'이 가시화한 가운데 20일 오후 부산 서구 부산대병원에서 한 환자가 검사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2024.2.20 psj19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서혜림 기자 = 의과대학 입학 정원 증원을 두고 팽팽히 맞서고 있는 정부와 의료계가 '의사 수가 부족한가'라는 현실 판단에서부터 극명한 인식 차이를 드러내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고령화로 의료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의대 증원을 더 이상을 늦출 수 없다고 주장한 반면 의료계는 저출생으로 인구가 감소하면서 오히려 의사가 과잉할 수 있다며 서로 전혀 접점을 찾지 못했다.

21일 복지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전날 MBC '100분토론'에서 양측은 이러한 입장 차이만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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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대한의사협회(의협) 등 의사 단체는 정부가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을 2천명 늘리겠다고 밝힌 데 대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전공의들은 정부 정책에 반발해 집단으로 사직서를 제출한 뒤 근무를 중단했다.

TV 토론에는 찬성 측 인사로 유정민 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팀장과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과 교수, 반대 측 인사로 이동욱 경기도의사회장과 정재훈 가천의대 예방의학과 교수가 각각 자리했다.

◇ 의사 수 부족한가…공급 부족해 연봉 치솟고, 전공의 주 80시간 일해

정부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의사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OECD가 지난해 공개한 '한눈에 보는 보건의료 2023'을 보면 국내 인구 1천명당 의사 수는 2.6명으로, OECD 평균인 3.7명에 못 미친다.

유 팀장은 "의사는 현재도, 앞으로도 부족할 것으로 진단된다"며 "이미 지역의료와 필수의료 공백으로 (환자들이) 제때 치료받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고, 급속도로 진행되는 고령화로 인한 의료 수요 급증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절대적인 숫자가 부족한 탓에 적정한 배분이 어려워진다고 봤다.

유 팀장은 "절대적으로 (의사) 수가 부족한 부분도 있고 이렇다 보니 의사를 구하기 어렵고, 이 인력들이 수도권에 모두 집중하고 있다"며 "의사 수 부족 문제가 (의사인력) 배분 문제를 악화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지역 종합병원에서 의사를 구하지 못해 연봉이 오르고, 전공의들의 과도한 근무시간, 의사 업무를 대신하는 진료보조인력(PA) 증가 등 여러 상황을 종합하면 의사가 부족한 건 주지의 사실이라고 봤다.

그는 "2019년 연봉 2억원 남짓하던 종합병원 봉직의 연봉이 최근 3~4억원까지 올랐다"며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학병원에서 의사가 부족하지 않은 데 전공의들이 80시간 일하느냐"며 "중소도시나 의료취약지에서 부족한 의사 수를 계산해보면 2만명이다. 충분한 의료의 질과 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수준에 미달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표면화된 의사 집단행동, 응급의료 영향은?
표면화된 의사 집단행동, 응급의료 영향은?

(서울=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방침에 반발해 전국 종합병원 수련의들이 연이어 사직서를 제출하고 있는 19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내 중앙응급의료 상황실의 응급의료 현안 대응 현황판에 전국 응급 환자 진료 상황과 잔여 병상 등이 표시돼 있다. 2024.2.19 hkmpooh

◇ "저출생 심각…의대 정원 동결해도 미래에는 의사 과잉"

의대 증원을 반대하는 측은 저출생으로 인한 인구 변화, 국민들의 외래 이용 횟수와 높은 의료 접근성 등을 고려해서 봐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회장은 "출생아가 줄어들고 있어 의대 정원을 그대로 두더라도 앞으로 (상대적인 의사 수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더욱이 우리 국민의 의료 이용 횟수와 접근성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국민들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2.5배 수준으로 의료를 많이 이용하고 있다"며 "이미 다른 나라에 비해 (의료 이용 횟수로 보아) 과잉 공급되는 상황에서 의사 수를 늘리면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근무 환경의 문제이고, 대학병원은 줄 서고 지방병원은 텅텅 비는 문제"라며 "환자 재배분, 의사 재배분 문제가 급선무지 의대 증원이 급선무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환자들이 충분한 의료서비스를 누리고 있다는 데 주목했다.

정 교수는 "의사 수가 과연 부족한지 지금 단정 지어 답변하기는 어렵다"며 "평균 수명과 의료 접근성 모두 우리나라는 상당히 높은 편에 속하는데, 과연 의사가 부족하면 이 정도의 결과가 유지되겠는가"라고 반박했다.

◇ 2천명 증원 "의대 쏠림 불 보듯" VS "쏠림 현상 해결하려 증원하는 것"

의대 증원을 반대하는 쪽에서는 갑자기 정원이 2천명 늘어나면 의대가 이공계 인재를 모두 빨아들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찬성 쪽에서는 오히려 '쏠림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의대 증원을 추진해야 한다고 맞받아치고 있다.

정 교수는 "우리나라에 정말 우수한 인재들이 모두 의대를 지원하는 '의대 블랙홀' 현상이 심각해질 수 있다"고 웅려했다.

반면 김 교수는 의대 증원이야말로 쏠림 현상을 완화하는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의대 쏠림의 근본적 원인은 의사의 수입이 다른 직업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이라며 "우리나라에서 의과대학 졸업해서 전공의 마치고, 군대 갔다 오면 35살 무렵이 되는데 전문의가 받는 연봉이 3억, 4억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의사 수입을 적정 수준으로 낮추는 것"이라며 "의대 증원을 통해 의사 수입 낮추는 게 이공계 의대 쏠림을 해결하는 근본적 방법"이라고 말했다.

전공의 집단행동 이틀째…환자와 의료진
전공의 집단행동 이틀째…환자와 의료진

(서울=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 21일 오전 서울의 한 대형병원 응급의료센터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전일 오후 10시 기준 주요 100개 수련병원을 점검한 결과 전공의의 71.2%인 8천816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2024.2.21 kjhpress

◇ 찬성 측도 "의대 증원만이 능사는 아니다"…반대 측 "선후관계 바뀌었으니 필수의료 강화부터"

김 교수는 의대 증원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의사가 적정하게 배분되도록 장치를 마련하고 정당한 보상이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정부의 필수의료 정책에 종합병원과 대학병원이 더 많은 의사를 고용하고, 중증 중심으로 수가를 인상하고, 지역과 대학병원의 협력체계를 갖추는 등의 내용이 들어있다"며 "지금 만들어진 계획을 좀 더 정교하게 발전시키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측인 유 팀장 역시 "저희는 의사 수만 늘리겠다고 말한 적 없다"며 "지역에 소위 '빅5' 역량 갖춘 병원 만들고 좋은 인력 배치될 수 있도록 하는 정책, 지역 및 필수의료 분야의 불균형을 해소하는 정책을 함께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증원에 반대하는 측은 의료체계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 교수는 "지금의 의료체계에 변화 없이, 필수의료 정책 논의 없이 증원이 이뤄지면 이공계에서 가장 우수한 인력 2천명이 의료계로 넘어온다"며 "2천명 증원은 효과가 발현되는 시점이 너무 늦고, 근거도 불투명하다. 의대 쏠림으로 인한 국가적 피해도 더 커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결국은 선후관계가 바뀌었다"고 강조했다. 즉, 의대 증원에 앞서 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정책 등 의료체계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는 얘기다.

이어 "의대 증원 논란이 다른 모든 정책 논의를 잡아먹고 있다"며 "의사와 정부는 지금 갈등 있는 것처럼 비치지만 장기적으로 협력해야 하는데, 지금과 같은 정책 갈등 상황에서 필수의료 발전 방안을 논의할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 평행선 지속…"환자를 위태롭게 하는 게 겁박" vs "의사 직업선택 자유도 존중해야"

복지부와 의료계는 이날도 서로를 향한 날 선 발언을 이어갔다.

복지부는 의료계가 '각종 업무개시명령으로 의사들을 겁박하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데 대해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박민수 2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의견 표출이나 이런 것도 법이 정한 테두리 내에서 하셔야 한다"고 운을 뗀 뒤 "법을 떠나 진짜 사람 목숨을 갖고 그러면 안 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의사들이 사람 목숨 가지고 그러는 건 괜찮고 정부가 명령을 내리는 건 겁박을 한다고 하느냐"고 거듭 물은 뒤 "정부는 그냥 법을 집행할 뿐인데, 이걸 겁박이라고 하고 의사들이 현장을 떠나 환자를 위태롭게 하는 건 억만배에 가까운 겁박 아니느냐"고 했다.

복지부는 어떠한 형태의 대화도 전부 가능하다며, 당장 업무에 복귀해달라고 강조했다.

의협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도 정부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주수호 비대위 홍보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브리핑에서 "정부의 전공의 기본권 탄압은 이성을 상실하는 수준으로 번지고 있다"며 "의사들은 대한민국이 무리한 법 적용 남용이 가능한 독재국가인 줄 몰랐다"고 비난했다.

주 위원장은 "보건복지부는 전공의들의 사직을 집단행동으로 규정하고, 이를 처벌하기 위해 전공의 6천112명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다"며 "국민의 생명권은 당연히 소중하지만, 의사의 직업 선택 자유 역시 국민의 기본권으로서 마땅히 존중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jandi

유튜브로 보기

https://youtu.be/uHsufTRJp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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